"반도체도 SW···팹리스 부활위해 인력 양성 절실"

IITP-한시반포럼, K반도체 팹리스 발전위한 R&D 정책 간담회 개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10/29 06:42    수정: 2021/10/29 07:24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들이 살아온 것 자체가 불가사의합니다. 대기업들은 최고 인력을 가지고 경쟁을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제일 중요한게 인력인데, 인력이 없으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1년이든 2년이든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 한시반포럼 회장)

"애플이 반도체를 만드는 등 국내 팹리스 산업이 엄청난 성장 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개발해 놓고 양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가 없습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면 한국에 있는 반도체업들이 큰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하이닉스 등이 국내 팹리스에게 일정 물량을 주도록 정부가 유도해줬으면 좋겠습니다."(김정철 이미지스 대표)

"지난 20년간 국내의 수많은 팹리스들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를 포함해 살아남은 기업이 용합니다. 화웨이 자회사로 몇 조원을 하는 하이실리콘보다 더 좋은 칩을 우리가 92년에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후속 지원을 받지 못해 지금 이상태입니다. 인력 뽑고 연구개발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다보니 경영 상태가 늘 허덕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당국이 지원을 안해줍니다. 그동안 우리 회사를 수많은 인력이 거쳐갔습니다. 중국 정부는 200조원을 투자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비하면 턱도 없이 적은 돈을 투자하고도 (기업에게) 그 돈으로 뭘했냐고 합니다."(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국내 팹리스 부훙을 위한 정책소통 간담회가 28일 경기도 광교 소재 경기R&DB센터내 픽셀플러스 회의실에서 28일 열렸다. 행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전성배)과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한시반포럼, 회장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 ETRI SW-SoC 융합 R&BD 센터(센터장 나중찬)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반도체 팹리스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성공적 K-반도체 전략과 팹리스 부흥을 위해 마련됐다.

‘K-반도체 팹리스 부흥을 위한 R&D 정책 소통 간담회’가 28일 열렸다. 왼쪽부터 IITP 최령 단장, 신창훈 팀장, 네메시스 왕성호 대표, 이미지스 김정철 대표, IITP 전성배 원장, 픽셀플러스 이서규 대표, ETRI 나중찬 센터장, 네오와인 이호승 대표, IITP 김태진 팀장, ETRI 박성천 실장.
전성배 IITP 원장이 픽셀플러스가 만든 칩이 들어간 기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행사에는 전성배 IITP 원장을 비롯해 이서규 한시반포럼 회장 겸 픽셀플러스 대표, 이미지스 김정철 대표(한시반포럼 부회장), 네오와인 이효승 대표, 네메시스 왕성호 대표, 픽셀플러스 이서규 대표, 최령 IITP 기술기반본부 기반조성단장, 김태진 IITP 기반조성팀장, 신창훈 IITP SW인재팀장 등이 참석했다. '한시반' 포럼은 한국시스템반도체 모임과 반도체산업협회과 주관하는 시스템반도체포럼이 지난해 3월 통합해 만들어진 국내 최대 반도체 팹리스 모임이다. 현재 66개 회원사가 활동하고 있다. ETRI SW-SoC 융합 R&BD 센터는 K-반도체 설계 인프라와 인력 양성 등을 위해 만들어진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부족한 인력 문제 등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토로하며 국내 팹리스 산업 부흥을 위한 10대 제안을 제시했다. 실제 한국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0년째 제자리다. 2009년 세계 시장의 2.9%였는데 2020년에도 2.9%에 그쳤다. 반면 세계 시장 전망은 밝다.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8.2%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능형반도체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인공지능반도체의 경우 2020년 230억달러에서 2030년 1282억달러로 큰 폭의 성장이 전망됐다. 기업 분포면에서도 국내 기업이 처한 상황은 열악하다. 국내 대기업 제품(DDI, AP, CIS, PMIC)을 제외하면 1% 미만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날 국내 반도체 생태계 현황을 소개한 나중찬 ETRI SW-SoC 융합 R&BD 센터장은 "글로벌 상위 15개사를 보면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사실상 한국 중소기업은 소멸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소량 및 다품종을 하는 아날로그 반도체는 중소기업이 일부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다량 소품종을 하는 디지털 반도체는 이미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기술인력 미스매치도 심각한데 연구개발 분야가 49.3%로 가장 높고 생산기술 22.4%, 설계 및 디자인 13.3%에 달한다. 나 센터장은 "IT-SoC 기반 조성으로 팹리스 벤처 붐이 일었지만 사업 종료로 팹리스가 쇠락했다"고 아쉬워하면서 "인력양성 못지 않게 현장에서 어려워 하는 점은 라이센스당 1억원이 훨씬 넘는 비싼 설계 툴 및 관련 시스템이다. 이 부분은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국내 팹리스 발전을 위해 "민관합작 투자를 통한 레거시 파운드리 기반 마련과 수요 기반 채용 연계, IP 및 EDA툴 등 공동 활용, 출연연과 공동 연구를 통한 AI-IoT 및 보안칩 공공 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시반포럼을 대표해 발표를 맡은 왕성호 대외협력위원장(네메시스 대표)은 국내 팹리스 상황을 전하며 산업 발전을 위한 10대 방안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그가 제안한 10대 방안은 ▲비전공자가 지원 가능한 반도체 전문 아카데미 1년 과정 신설 ▲과제 중복성 이슈 완화 ▲SW 과제와 동일한 인건비 지급 ▲대형 자유공모 과제 확대 ▲스톡옵션 면세 한도 확대 ▲ 연구원 세제 혜택 ▲주식 양도 소득세 감면 ▲비상장 회사 혹은 특정 매출액 이하 기업들을 위한 반도체 툴 합리적 가격 사용 ▲M&A펀드 조성 ▲패키지와 테스트, IP 검증 등 웨이퍼 파운드리 이후 과정을 지원하는 센터 건립 등이다.

왕 위원장은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4820억달러인데 이중 시스템반도체가 66%를 차지했다"면서 "시스템반도체는 5G, 자율주행차, AI 등이 발전으로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데 이중 팹리스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성장성도 커 국가의 필수 경쟁력 확보 분야"라며 당국의 지원을 재차 촉구했다.

전성배 IITP 전성배 원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ICT에서 반도체가 빠질 수 없다. 반도체가 거의 소프트웨어(SW)나 다름없다. 앞으로도 현장과 소통하며 의견을 듣겠다"면서 "2000년대 반도체 팹리스 전성기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기관 차원에서 현장 수요를 고려한 K-반도체 팹리스 인력양성 및 관련 R&D 기획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간담회 이후 픽셀플러스에 설치된 팹리스 시설도 들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