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자체 수립한 표준계약서에 기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어, PP 업계 대표 단체가 정부 중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PP 업계는 표준계약서가 음저협의 주장과 달리 PP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작성된 것이 아닐뿐더러 각 조항이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황경일 PP저작권실무위원장은 22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진행된 방송 저작권 교육에서 “음저협이 만든 표준계약서를 보면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렵게 교묘하게 꼬아놨다”며 “사내 변호사도 잘 모르고 도장을 찍을 경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PP의 경우 못견디고 방송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PP들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뜻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황 위원장은 “음저협은 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음악저작권법에 따라 형사 고소를 하겠다는 상황이어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음달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이 상황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교육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채널사용사업자협의회(PP협의회)가 PP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음저협이 PP 측에 요구하는 표준계약서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PP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PP협의회 내에는 PP들의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해 2017년 경 설립된 PP저작권실무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케이블협회 및 PP협의회에 따르면 음저협은 2018년부터 PP들을 대상으로 단체 협상 계약을 시도하다, 진척이 되질 않자 올해 5월부터는 자체적으로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
PP 협의회는 표준계약서의 수립단계부터 절차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음저협이 PP 표준계약서 제정 공청회를 열기도 했으나 사용료 협상 시 이견이 있던 PP에는 참석 요청을 하지 않았으며, 또한 관련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은 PP의 경우 표준계약서에 동의한 것에 간주하는 등 강압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표준계약서상 조항을 교묘하게 바꿔 징수범위를 넓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표준계약서 제2조 용어 정의 부분에서 관리저작물의 범위를 PP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뿐 아니라 제3자로부터 구입한 콘텐츠까지 넓혔다. 이는 이전에 없던 징수 대상이다. 이를 따를 경우 방송프로그램 판매 매출액을 포함한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돼 이중징수가 된다.
아울러 PP협의회는 표준계약서 각 조항도 PP 산업의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강조했다. 해외지역 송신을 목적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 저작물의 복제 및 배포의 단가를 일률적으로 1곡당 50만원(공급가액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 5만원)으로 지정했다. 예능프로그램 한 편당 사용되는 평균 음악 저작권 수가 100곡 정도로 알려졌다. 편당 150만원인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음악저작권료로 5천만원을 내야 한다.
황 위원장은 “음저협이 작사, 작곡가의 지분만 평가 관리하는 곳인데 그 값이 50만원이라는 얘기”라며 “함께 만든 종합저작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계약서”라고 꼬집었다.
이어 “2017년까지는 방송통신위원회 기준에 따라 지상파를 1로 기준으로 두고 음악 기여도가 많은 음악 프로그램 같은 경우 음악사용율을 4, 기여도가 적은 스포츠 채널에 대해선 0.4 이런 식으로 설정했었다”며 “그런데 표준계약서에서는 음악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3.5%), 부차적으로 사용되는 콘텐츠(1.5%) 등으로 나눠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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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위원장에 따르면 채널 등록 기준 102개 PP 사업자 중 30여곳이 음저협의 표준계약서를 체결했다. 최근 스카이라이프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위원장은 "실무위원회에는 대형PP나 지상파계열 PP, 보도채널도 다 들어와 있다"며 "독립 PP의 경우 잘못 계약하고 어떤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