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화 잡지 소년점프에서 연재 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시장을 통틀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 중 하나로 자리했다.
일본 만화 역사상 가장 빠르게 1억부를 판매한 작품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 2020년 한해에만 8천2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2011년에 원피스가 기록한 3천799만 부 판매 기록을 2배 넘게 넘어섰다.
이와 함께 도서와 음반 등의 통계를 발표하는 오리콘 차트 역사상 처음으로 단권 판매부수 500만 권을 넘긴 유일한 작품으로 자리하기도 했다.
원작의 인기에 불을 붙인 애니메이션의 성공도 괄목할만하다. 지난 9월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1기 요약편은 이미 한 번 방영됐던 내용임에도 13~15%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극장판 애니메이션 귀멸의칼날: 무한열차는 21.4%의 시청률 기록을 남겼다.
드래곤볼과 원피스가 그랬고 나루토가 그랬듯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게임화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콘솔과 PC로 지난 14일 출시된 귀멸의칼날: 히노카미 혈풍담은 원작의 흥행에 힘입어 출시된 캐릭터 게임이다.
이런 류의 게임이 가지는 장점과 한계는 매우 명확하다. 장점은 원작에서 봤던 장면을 박력있게 게임 플레이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작에는 없었던 조합이나 대결을 이용자가 임의로 구현해볼 수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끌며 대부분 이용자는 이런 점에 집중해서 게임을 구매한다.
반대로 이런 점을 노리고 출시됐던 게임들은 모두 공통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 작품의 볼륨이 대체로 풍성하지 못하며 원작 캐릭터의 특징을 재현하는데 공을 들인 것에 반해 이용자에게 다채로운 플레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작권 문제로 원작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원작을 활용한다기 보다는 원작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캐릭터 게임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귀멸의칼날 역시 과거 출시된 지적재산권(IP) 활용작의 장단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에는 애니메이션 1기와 극장판에 등장했던 캐릭터 총 18명이 등장한다. 여기에 추후 세 차례의 업데이트를 통해 6명의 혈귀 캐릭터가 추가된다.
각 캐릭터의 원작 재현도는 매우 뛰어나다. 스토리모드에서는 원작의 주요 장면을 더욱 박진감 있게 그려냈다. 성우들의 음성 연기가 더해져 컷신 연출이 나올 때에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원작에서 드러난 각 캐릭터의 주요 기술은 물론 원작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기술을 확인하는 재미도 충분하다. 캐릭터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다.
다만 캐릭터 게임이 아닌 대전격투 게임이나 액션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완성도가 높다고 말 하기 어렵다. 대전격투 게임으로 보자니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의 수가 부족하다. 24명의 캐릭터 중 적지 않은 수가 동일 캐릭터의 디자인만 변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원작 중 TV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다룬 구간에서만 캐릭터를 추려내느라 생긴 문제다.
전체적인 콘텐츠 분량은 크게 아쉬운 점이다. 약간의 플레이 후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컷신이 나오고 다시 플레이 구간에 진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캐릭터를 조작하는 시간만큼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간이 길다.
맵의 레벨 디자인도 단조로운 편이어서 원작 세계를 둘러본다는 느낌도 부족하다. 스토리모드 플레이의 경우 게임 플레이가 주가 아니라 원작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한 장치에 가까운 역할만 하게 된다.
컷신을 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플레이타임이 5시간도 되지 않는데다가 그 중 적지 않은 분량을 수집 요소로 할당했기 때문에 스토리 모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보다는 보는 재미에 치중됐다 할 수 있다.
귀멸의칼날은 잘 만들어진 캐릭터 게임이지만 결국 캐릭터 게임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 한 게임이다. 결국 이용자가 어떤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게임에 대한 평이 크게 나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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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IP의 팬이고 원작의 장면을 약간의 게임 플레이를 가미해 다시 접하고 싶은 이용자.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보고 싶은 이용자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반면 귀멸의칼날 캐릭터만큼이나 캐릭터 조작, 탐험, 대전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깊이 있게 즐기기 원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공허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