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기가 끝날 때마다 방송과 통신, 디지털성범죄와 관련된 심의가 지연되는 문제가 생기자 법을 개정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차기 심의위원회 구성 전까지 기존 위원회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해 심의 공백을 막자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김여라 입법조사관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을 개정해 심의위원회의 공백을 막는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먼저 심의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 해당 기간 동안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방송과 통신 관련된 심의뿐만 아니라 불법정보나 청소년 유해정보 등의 심의도 못하게 된다.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해당 정보는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어 피해도 늘어난다.
왜 방심위는 임기가 끝났을 때 바로 구성이 되지 않는 걸까? 방송법상 방심위원은 대통령 추천 3명·국회의장 추천 3명·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추천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 몫인 3명에서는 국회의장이 1명, 여야 원내대표가 각각 1명씩 추천한다.
여당과 야당 비율은 6:3으로, 정부와 여당 몫으로 6명, 야당 몫으로 3명이 추천된다. 통상 위원장은 대통령이, 부위원장은 국회의장이 추천한다.
여기서 정치적인 문제가 생긴다. 여야는 서로 정치 편향적인 위원을 추천했다며 비방한다. 그로 인해 추천도, 임명도 늦어지게 되고 심의에 공백이 생긴다.
보고서에서는 3년 임기의 심의위원회 구성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심의 공백에 따른 시청자 및 이용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서술했다.
심의위원회의 임기가 만료돼도 차기 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위원이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안을 추가하자는 의견이다. 차기 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더라도 심의나 의결이 계속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 공백을 방지할 수 있다.
법 개정을 위해서 방통위법 제18조에 '임기가 만료된 위원은 후임자가 위촉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라는 조항을 넣으면 된다.
또한 보궐 심의위원의 임기를 전임자의 잔여임기가 아니라 새로 시작하게 안을 추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짧은 임기로 끝나지 않고,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방심위 심의 마비 사태를 막을 방통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조 의원은 “방심위는 방송과 인터넷상의 유해 콘텐츠를 걸러낼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어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근본적으로는 방심위가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막아야 하고, 위원회 출범이 지연되더라도 본연의 임무는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고서에서는 업무 공백을 막는 법 개정안도 중요하지만, 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현재 9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한된 심의 인원으로 많은 안건을 다루게 되면 면밀한 심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어 위원 수를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관련기사
- 조승래, 방심위 구성 지연시 심의 마비 해결할 법안 발의2021.09.20
- 방심위, 온천수 함량 오인케한 NS홈쇼핑에 '주의'2021.09.15
- 방심위, 제13기 명예훼손 분쟁조정부 위원 위촉2021.09.10
- 방심위, 세척제 판매시 소비자 오인케한 홈쇼핑 6개사 '주의'2021.09.07
또한 심의위원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송·통신 심의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위원의 자격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방송·통신 분야의 전문성만이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의 여러 계층과 지역·세대·신념·인종 등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전문성 및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