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인정보위, '페북' 제재 왜 시원치 못했나"

국정감사서 부처 권한·인력 등 한계점 논의

컴퓨팅입력 :2021/10/13 22:20    수정: 2021/10/13 23:47

글로벌 IT 대기업인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정부 제재가 원활치 못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과징금 규모 및 피해를 입은 정보 주체에 대한 구제 여부 등을 살펴볼 때, 정부 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11월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67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페이스북은 피해를 입은 이용자 집단이 신청한 개인정보 분쟁조정 절차도 자료 제출뿐만 아니라 출석 요청까지 무시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타났다.

(출처=뉴스1)

■디지털 전환 속 개인정보 보호 중요한데…부처 인력·권한 문제 대두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개인정보 관련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개인정보위가 이같은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재호 의원은 "페이스북 제재 사례로 보면, 개인정보위가 과징금을 내라고 명령했는데, 피해자들이 진행하는 집단 분쟁조정 대응과 더불어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여러 가지 업무를 150명 규모로 대응 가능한가"라고 언급했다.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가 여의치 않은 현실도 문제로 봤다. 송 의원은 "미국의 경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무단 사용한 건에 대해 우리보다 훨씬 많은 5조 9천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씨넷)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하는 국제 규범과 달리,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는 국내법 상 한계가 있었다는 게 개인정보위 설명이다. 윤 위원장은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현행법은 이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페이스북의 경우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다 효과적인 경제적 제재를 위해, 개인정보위가 조세 당국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정보위에서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조세 당국 및 공정위 등과 공동 대응을 통해 위법 기업의 매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전체 매출액으로 변경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이나, 이 경우에도 제재의 비례성과 효과성, 적절성 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매출액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 제도 운영 측면에서도 현행법 상 한계점이 언급됐다. 윤관석 의원은 "개인정보 분쟁조정 처리 건수 현황을 보니 최근 '확인 곤란' 사례가 엄청 늘어났다"며 이유를 물었다. 

이에 윤 위원장은 "침해 사실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데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신고 대상이 자료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개인정보위가 사실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 분쟁조정 절차를 더 진행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민간의 경우 분쟁조정 절차 참여 의무가 없는 점도 제도가 원활히 운영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런 점 때문에 "민간에 대한 개인정보 분쟁조정 제도는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페이스북 관련 분쟁조정 진행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침해 사고 발생 후 제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조사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야놀자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분 결과를 보면 제재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디지털 상의 개인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데, 보다 발빠른 대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CCTV·열화상카메라 등 '영상정보', 개인정보 피해 사례 다수"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CCTV,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 각종 영상 촬영 기기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열화상카메라의 기기 설정 상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취약한 점을 문제삼았다. 강민국 의원은 "열화상 카메라 제조?유통업체 40곳을 조사한 결과, 수동으로 영상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파기가 되지 않게 해둔 곳이 5곳으로 나타났고, 외부에서 인터넷을 통해 연결이 가능하게 해둔 곳은 21곳으로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과기정통부와 일부 열화상 카메라를 조사한 결과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으며, 다음달에는 보다 광범위한 분야 기기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려 한다"며 "국민 정보를 수집하는 다양한 기기들이 앞으로도 등장할텐데, 제조업자 수준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이런 방식의 개인정보 보호 법제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열화상 카메라(출처=뉴스1)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CCTV가 정보 주체 동의 없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사용자와 노동자 같은 갑을 관계에서 부당하게 CCTV가 설치돼 불합리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아동 학대가 의심될 시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가 CCTV 열람을 요구할 수 있지만, 유치원이나 장애인 시설은 그렇지 않은 점을 언급하면서, 개인 영상정보에 대한 대대적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은 "CCTV 관련 개별법이 다 달라서 생기는 문제"라며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보 주체 없이 CCTV를 열람할 수 없게 돼 있어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은폐할 수단으로 법을 악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정당한 이해관계자인 경우 CCTV를 볼 수 있도록 포괄적 조항을 두는 것이 긴급 사태 대응에 도움이 될 거라 본다"면서, "일반적 형태 외에도 드론 등 다양한 이동형 영상 기기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그런 규율 문제를 감안해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오징어게임' 전화번호 유출 적극 대응 촉구…아동 보호 대책도 주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자체제작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등장한 전화번호 관련 피해 사례에 대해서도 개인정보위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제 사용되는 전화번호가 유출되면서 해당 전화번호 사용자 외 유사 전화번호 사용자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는 등 피해가 나타났다"며 "현행법 상 '개인정보 유출'은 아니라는 게 개인정보위 입장인데, 전화번호는 SNS 계정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피해가 확산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너무 소극적인 태도이고, 이런 태도면 콘텐츠 제작사가 고의성이 없었다는 식의 대응을 지속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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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아동, 청소년에 대한 정보 주체 권리 행사가 미약한 현실도 지적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소년은 거의 100%, 미취학 아동조차도 80% 가량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앱 '틱톡' 등에서도 개인정보 무단 수집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동과 청소년 대상으로 정보 주체권을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교육과 관련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아동, 청소년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연내를 목표로 만들고 있다"며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구상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