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AD가 미디어커머스 '일오오오'하는 진짜 이유

[안희정의 사심가득 인터뷰] NHN AD 김환철 부사장

인터넷입력 :2021/10/12 15:54    수정: 2021/10/12 17:03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비대면 바람을 타고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개인 위생이나 인테리어 등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NHN의 광고 대행 전문 자회사 NHN AD 또한 지난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일오오오'를 출시하며 이 시장에 본격 발을 들였다.

당시 NHN AD는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진출한다면서 상품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판매까지 모두 직접 진행하겠다는 포부도 공개했다. 떠들썩하게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행보가 흥미로웠다. 광고 대행과 콘텐츠 제작 역량에 있어서 이미 인정을 받고 있는 만큼,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도 궁금했다.

일오오오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환철 NHN AD 부사장을 최근 판교 사무실에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NHN AD 김환철 부사장

일오오오는 생활-뷰티용품 등의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명은 15세에서 55세에 걸친 모든 세대의 일상 속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출범 초기에는 코스메틱 전문 브랜드 에너부스터나 웰빙 식품 브랜드 밀라이트 등과 제휴해 상품을 판매하다가, 첫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소프소프 핸드크림과 핸드워시를 시작으로 상품 수를 늘려가고 있다.

판매 채널도 자체 온라인 쇼핑몰만 고집하지 않는다. 카카오 톡스토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브랜디 등에서도 제품을 판매한다. 향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으로도 채널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있다.

최근엔 고체 가글인 가글밤을 선보이며 타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광고 대행사가 대체 왜 이런 상품을 파는 걸까.

김 부사장은 광고 대행업 등 회사 본질의 업무는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업종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대행사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광고 효과에 대한 검증 요구도 늘어나고 있는데, 결국은 상품 판매 노하우를 잘 알아야 본업에 더 충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오오오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일오오오 핸드케어 키트

"사내 벤처 형태로 MD와 기획자 각각 두 명, 디자이너 한 명 등 소규모로 팀을 꾸려서 운영했다. 향후 디지털 마케팅 분야나 광고 대행업 쪽도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이를 대비하고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현재 커머스쪽 광고주가 60% 넘는데, 광고주들에게 좀 더 좋은 효과, 결과를 내고 싶어서 미디어커머스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회사는 일오오오를 위한 광고를 최소화 하고 있다. 광고 집행비가 늘어날수록 판매되는 제품 수도 늘어날 수 있지만, 매출 확대가 주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ROAS(광고 대비 매출액)이 높게 나올 수 있을지 고민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오오오를 1년 동안 운영해보니 광고비 투입에 비해 ROAS가 높게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매출이 얼마다, 얼마나 늘었다'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ROAS로 보면 의미있는 결과라 생각한다. 거의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광고를 잘 하지 않아도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 또한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일오오오 팀은 작년 3월에 만들어지자마자 코로나19라는 큰 산을 만났다. 김 부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상품 기획이나 소싱 등 모든 계획이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오오오는 그동안 모아뒀던 사용자 데이터로 어떤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하는지 다시 고민했다. 그 결과 위생에 도움이 되는 휴대용 비누를 만들자는 생각이 나왔다.

"중국에서 상품을 소싱할 수 없으니 모든 제품을 국내 생산으로 변경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출시된 휴대용 비누 소프소프는 반응이 꽤 좋았다. 사용자들의 후기가 좋자, SNS로 입소문도 탔다. 콘텐츠와 영상 모두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흔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없이도 이정도 결과를 낸 팀원들에게 고맙고 칭찬해주고 싶다."

김 부사장은 광고주 상품은 잘 판매해봤지만, 생산이나 유통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업 초반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초반엔 직원들이 직접 포장하면서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앞으로 상품 수는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다만 쇼핑몰 형태로는 사업을 하진 않을 예정이다.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본질적인 연구를 위한 판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도, 마케팅도 모두 좋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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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사장은 미디어커머스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품이나 기획이 좋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치열한 시장이다. 신박한 상품과 콘텐츠로 소비자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채널에 노출하는 것, NHN AD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이런 경험들이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