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익스플로러' 제때 떠나보낼 수 있을까

말 많던 공공 웹서비스도 '노플러그인' 준비에 일차적 점검 마쳐

컴퓨팅입력 :2021/10/04 08:12    수정: 2021/10/04 13:07

한때 가장 활발히 쓰였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역사 뒤편으로 보내줘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IE 11에 대한 기술지원을 내년 6월15일 종료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9개월 정도가 남았네요.

기술지원 종료는 보안 취약점 패치도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때문에 안전한 인터넷 사용을 위해서는 다른 브라우저로 갈아탈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지난달 27일, 정부는 IE를 대신할 최신 웹 브라우저 사용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IE 사용자들을 네이버 웨일, 삼성 인터넷, 구글 크롬,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애플 사파리 등 개발사 기술지원이 지속되는 브라우저로 갈아타게 하고, 그렇게 되면 IE 기반으로 구축된 웹사이트들도 대응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인거죠.

유익한 취지로 시행되는 캠페인임에도 의외로 볼멘소리가 꽤 나왔습니다. 내용인즉, 정작 공공기관이야말로 IE를 써야만 뒤탈이 없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출처=미국지디넷)

이용자 다수가 이런 비판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IE 기술지원이 종료되기 전 공공 웹사이트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공 웹사이트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만큼, 자칫 취약점이 존재하는 채로 운영된다면 광범위하고 심각한 해킹 피해가 발생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공공 웹서비스 정책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에게 IE 11 기술지원 종료와 관련한 대응책이 준비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별도 조사 계획은 현재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침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배경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웹사이트를 IE 외 다른 브라우저로 접속해도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만든다는 것은 곧 웹 표준을 준수하는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현재 공공 웹사이트 상의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까지 시행한 '노플러그인'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액티브X' 등 플러그인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가 비표준 기술이라는 점 때문에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하는 브라우저에 따라 대민 서비스가 동일하게 제공되지 못했죠. 이에 대한 개선을 실시해 올초 기준 공공 웹사이트 중 99.9%에서 플러그인을 제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공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현황(출처=행정안전부)

기능 상의 문제만 살핀다면, 이미 IE 외 브라우저로 공공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데에 지장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불편하진 않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남습니다. 오래 전 IE에 맞춰 구축되고 나서 사실상 방치된 일부 웹사이트에 타 브라우저로 접속 시 화면의 일부가 깨져 나타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개선되지 않는 걸까요?

희망적인 답이 나왔습니다. 작년 행안부는 '전자정부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 개정판을 발표했습니다. 웹브라우저 호환성 충족뿐만 아니라, 공공 웹사이트에 대한 종합적인 품질 제고를 추구하도록 내용을 개정했습니다. 개정판에 신설된 '웹사이트 품질관리 원칙'은 어떤 이용자든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 '웹사이트 호환성 확보', '웹표준 준수', '비표준 기술 제거' 규정 등을 삭제 후 재정비했습니다.

이같은 지침에 따라, IE 기술지원 종료 시점 전까지 IE에 최적화된 공공 웹사이트들이 새단장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자정부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 조문별 주요 내용

"지침에 따라 공공 웹사이트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전 부처를 대상으로, 기관별 설명회를 했습니다. 호환성만큼 접근성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게시물 등록 같은 행위가 계속 일어나는 게 웹사이트인데, 이런 변동 상황이 있더라도 서비스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진단해주는 도구도 사용하고, 개선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관계자 답변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공공 웹사이트는 다소 낡아보일 수는 있으나 IE 외 브라우저로 이용하는 데 있어 불편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공공 웹사이트가 IE에 종속돼 있다는 불만이 여전한 걸까요? 

"작년 말까지도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공공 웹사이트들이 다분했습니다. 이용자 방문이 적은, 부처 산하기관 운영 사이트 같은 곳들 중 그런 경우가 보였죠. 무슨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면 플러그인을 여러 개씩 설치해야 하는 상태로 남아있는 곳들이 있었어요. 이런 부분들이 노플러그인 정책으로 개선됐습니다. 올초 현황 발표 기준 아직 플러그인을 없애지 못했던 사이트 한 곳도 지난 1분기에 플러그인 제거를 마쳤습니다."

과거 IE 기반으로 구축돼 있던 공공 웹사이트를 올해 들어 접속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IE에서만 사이트가 잘 돌아간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출처=이미지투데이

이런 설명을 들어도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플러그인을 전부 제거했다는데, 올해 들어 접속한 공공 웹사이트에서도 IE를 써야만 했던 기억이 있는 이용자가 있을 겁니다. 왜 그런지 물었습니다. 입법기관, 법원, 선거관리위원회 등 현행법 상 다른 기관이 전자정부 서비스를 관리하는 곳들은 각 기관 상황에 따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법원 같은 경우 현재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 중인데 사업 규모도 몇천억원 단위로 워낙 크게 진행되고 있고, 구축 기간도 오는 2023년까지로 압니다. 이런 사례에서는 (IE 기술지원 종료 이후)웹사이트 이용에 당분간 불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 조금 기다려주셔야 합니다."

혹 이런 경우가 아닌데도 IE를 사용하도록 돼 있는 공공 웹사이트가 있다면, 국민신문고를 통해 개선을 신청하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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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웹사이트는 '굿바이 IE' 준비를 마쳤을까요? 이 또한 노플러그인 지원 현황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이용량이 많은 민간 500대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9년 기준 72%가 노플러그인 사이트로 조사됐습니다.

공공과 마찬가지로 현황 조사 계획이 있는지, KISA에 문의했습니다. 민간 100대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브라우저 8종에 대한 지원 여부를 조사 중이며, 연말쯤 집계 결과를 확인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