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나 콘텐츠 제작에 쓰여야 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암호화폐 채굴에 동원되면서 품귀 현상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러 번 업그레이드를 미뤄야 했던 일반 소비자의 불만은 이미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래픽카드 대신 채굴 기능에 특화한 카드가 등장하면 이런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출시한 채굴 전용 연산장치인 CMP(크립토마이닝 프로세서) 성능을 강화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일부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AMD 라데온 그래픽칩셋을 이용한 채굴용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러나 채굴 전용 카드가 나와도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과 품귀 현상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엔비디아, 새로운 CMP '170HX' 준비중"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그래픽칩셋에는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채굴 감지시 성능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LHR(로우해시레이트) 기능을 적용했다. 또 암호화폐 채굴에 특화된 연산장치인 CMP를 공개했다.
그러나 LHR 기능을 우회하는 암호화폐 채굴 프로그램이 등장한데다 채굴 과정이 LHR의 제한을 받지 않는 레이븐코인 등이 등장하면서 이같은 성능 제한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주요 IT 매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워크스테이션용 그래픽칩셋인 RTX A100 텐서코어 그래픽칩셋으로 만든 새로운 CMP '170HX'를 준비중이다. HBM2e 8GB 메모리를 탑재했지만 일반 그래픽카드와 달리 영상출력 단자는 없다.
또 이더리움 기준 연산 성능(해시레이트)은 164MH/s로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칩셋(86.79MH/s)나 현재까지 출시된 최상위 CMP인 90HX(86MH/s)의 두 배 이상이다. 출시 일정은 내년 2분기 중으로 예상되며 가격은 미정이다.
■ AMD 라데온 기반 채굴 제품도 포착
AMD 라데온 그래픽칩셋은 3~4년 전 엔비디아 지포스 RX 20 시리즈 대비 높은 채굴 성능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 톰스하드웨어 등 해외 IT 매체에 따르면 AMD 최신 그래픽 아키텍처 '나비 22' 기반 암호화폐 채굴기가 포착됐다.
이 기기는 라데온 RX 6700M과 비슷한 2천304개의 스트림 프로세서와 GDDR6 10GB 메모리를 장착했다. 제조사는 XFX다. 이더리움 기준 연산 성능은 39.06MH/s로 지포스 RTX 3060 Ti LHR, 혹은 라데온 RX 6600 XT와 비슷한 수준이다.
AMD는 지난 3월 말 그래픽칩셋을 암호화폐 채굴용으로 이용하는 데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라데온 그래픽칩셋을 가져다 채굴 특화 제품을 출시해도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현재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는 AMD의 제조 역량이 문제일 수 있다. 현재 AMD는 대만 TSMC에 생산 공정을 위탁하고 있으며 한정된 물량 안에서 라이젠 프로세서, 라데온 그래픽칩셋과 콘솔게임기용 칩까지 생산해야 한다.
■ "채굴기 출시돼도 영향 없을 듯"
그러나 이런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가 현재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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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출시를 준비중인 CMP '170HX'는 내년 2분기에나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AMD 라데온 그래픽칩셋 기반 채굴기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량이 풀리기는 어렵다. 또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도 채굴 전용 제품보다 일반 그래픽카드 생산을 더 선호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그래픽카드 유통사 관계자들은 "고성능 채굴 전용 제품이 출시된다면 자금력이 있는 채굴업자들은 채굴용 카드로 몰릴 것이다. 그러나 중소 채굴업자들은 여전히 그래픽카드에 의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