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0.75%로 인상…이주열, 추가 인상 시사

"여전히 완화적 수준...점진적으로"...경제성장률 전망치 4.0% 유지

금융입력 :2021/08/26 16:1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p 인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더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통위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 불균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첫발을 떼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한 번 올린다고 해서 금융 불균형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융 불균형이란 금융소비자가 과도하게 빚을 냄과 동시에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금통위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 나라 통화정책 변화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시기를 정할 방침이다. 

이 총재는 “서두르지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며 “코로나19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경제가 예상한대로 성장할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어떤 정책을 펴는지, 금융 불균형 전개 상황을 보고 금통위원들이 고민해서 기준금리를 언제 또 높일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오는 10월 확인하고서 11월에 한 차례 더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는 세 가지”라면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으며, 금융 불균형도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그동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부작용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자산 가격이 뛰어 금융 불균형이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유동성 공급 상황, 민간신용 추세 등을 고려할 때 금융상황이 완화적인 만큼 이번 인상이 기조적 경기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기 개선세를 살펴보는 한편 물가와 금융 불균형 요소를 점검하며 앞으로의 기준금리 수준을 점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나섰다.

금통위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봤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1%로 올려 잡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4%를 유지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거세지만 한국 경제는 양호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델타 변이 코로나19가 확산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면서도 “한국 경제의 회복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카드 지출 금액과 이동량 등이 코로나19가 퍼진 직후인 지난해 봄처럼 급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5월 역사상 가장 낮은 연 0.5%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린지 1년 3개월 만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해 3월 연 1.25%에서 연 0.75%로 0.5%p 낮춘 데 이어 그해 5월 연 0.5%로 0.25%p 더 내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빠진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주상영 위원만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0.50%에서 0.7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백신 접종 확대, 경제활동 제약 완화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하락하였으며,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등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신흥시장국 주가는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개선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5월에 전망한 대로 4%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지속, 서비스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대 초반을 나타내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금년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1.8%)를 상회하는 2%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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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영향받아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상승하였다. 국고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