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소관 업무에 속한다며 반대한 일부 조항이 결국 빠지면서 법사위가 반쪽자리 법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 안팎에 따르면 법사위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으로 마련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통합 대안에서 앱마켓 사업자의 금지행위 유형 가운데 50조 1항 10호와 13호를 제외키로 결론지었다.
과방위를 통과한 인앱결제법은 다섯 가지 앱마켓 사업자의 금지행위 유형을 신설했다. 특정 결제수단만 강제하는 행위를 비롯해 부가통신사업자인 앱마켓 규제에 완비된 틀을 갖추는 구조다.
■ 끝까지 발목 잡은 공정위+구글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인앱결제 강제 방지 자체를 반대해온 공정위는 과방위의 통합대안이 마련된 이후 50조 1항 10호와 13호만 문제를 삼고 나섰다. 소관 법인 공정거래법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업무 영역을 넓히기 위한 의도란 평가다.
실제 법안이 과방위를 거친 이후 구글과 공정위가 끝까지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로펌을 내세워 법사위에 통상 문제를 주장했고, 공정위는 소관 법령 중복 문제가 과방위에 통하지 않자 법사위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분위기다.
과방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규제 대상 앱마켓이 구글 외에 국내 사업자도 있는데 구글이 주장하는 통상 문제는 오류가 있다”며 “공정위는 플랫폼의 경쟁제한은 경쟁당국이 맡는 것이 세계적인 관례라는 주장을 하는데, 입법을 통한 앱마켓 규제가 세계 최초인 점과 전기통신서비스에 대한 특별법을 무시하는 주장이다”고 지적했다.
■ 국회 과방위, 특정 결제수단 강제부터 막아야
그럼에도 법사위가 공정위 의견에 손을 들어주자, 과방위에서는 당장 10월로 시행이 예정된 구글의 타사 결제수단 배제 정책에 따라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행위로 삼는 조항이라도 우선 통과돼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과방위는 인앱결제법의 핵심 조항인 50조 1항 9호와 함께 앱 심사 부당 지연과 부당 삭제 조항만 담기로 뜻을 모았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는 당장에 닥친 매출 감소는 피할 전망이다. 구글이 자사 결제수단만 적용할 경우 타사 결제수단보다 훨씬 비싼 콘텐츠 매출의 30%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으로, 구글 통행세에 따른 현재 기준 국내 모바일 앱 사업자의 매출 감소 규모는 연간 2조1천억원대로 추산된다.
■ 구멍난 규제 틀 만든 법사위
법사위가 공정위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유례없는 허술한 규제가 마련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13호 조항은 앞선 조항에서 금지행위로 지목한 점 외의 차별적인 조건과 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면서 규제의 완비성을 망가뜨렸다는 평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규정된 부가통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앱마켓 사업자의 정의 규정도 전기통신사업법에 도입돼 있는데 일부 조항은 공정거래법에 속한다는 해석이 향후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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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규제의 완비성 측면에서 자구 심사를 맡는 법사위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구글 입장에서 볼 때 세 가지 금지 행위 외에 콘텐츠 개발사에 새로운 유형의 갑질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앱 개발사 한 관계자는 “구글의 수수료 인상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앱마켓 자체가 이미 독점시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갑질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점이 걱정이다”며 “최근에 공정위에 앱마켓과 관련해 신고서도 제출해 봤지만 어떤 대응도 확인하지 못했고 모바일 앱 산업에서 공정위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