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에 부는 변화의 바람

[백기자의 e知톡] 담합 깨고 서비스 품질로 소비자 선택 받아야

인터넷입력 :2021/08/24 09:22    수정: 2021/08/24 22:09

집토스, 다윈중개 같은 부동산 직접 중개 사업을 모델로 한 스타트업들이 주목 받고, 직방과 같은 기존 부동산 광고 플랫폼들이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부동산 중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현행 부동산 수수료가 과하다는 여론에 공감, 부동산 중개 보수 상한 요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현업에 종사하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일부 공인중개업소들이 정부 발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공동 휴업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번 논란이 부동산 중개시장의 발전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동산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기존 공인중개 사업자들의 반대가 더 이상 단순 ‘밥 그릇 지키기’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그 동안 담합으로 굴러갔던 부동산 중개 시장의 구조를 깨지 않는다면,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이용자들이 고개를 끄덕일만 한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파트 단지 상가를 살펴보면 주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1층에 공인중개사무소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 명을 넘었습니다. 최근 치러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까지 포함하면 자격증 보유자는 46만6천명 이상입니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인원은 매년 늘어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개업한 공인중개사무소 수가 편의점 2배 이상이고, 매년 공인중개사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이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입니다. 직방, 다방과 같은 중개 플랫폼의 등장으로 허위매물이 감소하고, IT 기술로 집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거래를 위해 동네 부동산에 가는 순간 수십년 전 서비스 그대로란 지적이 많습니다. 집값 시세 따라 올라간 중개 수수료에 분통이 터진다는 얘기도 곳곳에서 들립니다.

집 앞 어느 부동산을 방문해도 비슷한 매물 정보를 안내 받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여러 공인중개소 중 한 곳만 방문해도 주변 매물 정보를 한 번에 모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지만, 그렇다면 굳이 이 많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왜 필요할까란 딜레마에 빠지고 맙니다.

(제공=이미지투데이)

부동산 중개 시장을 취재하다 듣게 된 얘기입니다. 전체는 아니겠지만 이 카르텔 영역에 들어오지 않는 공인중개사는 사무실조차 차리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리려 해도 주변 공인중개사가 담합해 임대 자체를 내주지 않거나, 다른 업종으로 속여 어렵게 사무소를 차려도 소위 ‘왕따’를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시험에 통과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지만 개업하기가 쉽지 않고, 공인중개사무소에 취직하더라도 친인척이 아니면 배우는 것 없이 단순 노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들만의 리그’ 탓에 개업 중개사는 전체 자격증 소지자의 24.6%에 불과합니다. 노후를 위해 미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 높은 장벽을 쌓은 꼴입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젊은 공인중개사들을 고용해 매도인과 매수자를 연결하는 직접 중개에 나선 발단이 됐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은 체계화된 조직 내에서 중개 경험을 쌓아 추후 개업할 수 있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높은 중개사무소 임대료를 아껴 소비자들에게 낮은 중개 수수료로 그 혜택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제공=이미지투데이)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 서비스나 산업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사용자들한테 실시간으로 평가받고, 정보가 공유되고, 좋은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서비스는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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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 플랫폼들이 불법을 하지 않는 전제 하에 더 질 좋은 서비스와 합리적인 요금 정책으로 나온다면, 기존 공인중개업도 이에 걸맞은 서비스와 품질로 경쟁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스타트업을 재차 고발하고, 발목을 잡으며 시간을 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뜻입니다.

크고 작은 마찰이 있지만 모빌리티, 법률, 의료 등 전통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