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쓰임새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유용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하나보다는 둘 이상의 그 무언가를 가능케 한다면 우리는 혁신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5~6년 전 폴더블폰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많은 이들이 '폰을 왜 접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삼성전자에 던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접어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와 효용성을 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었고, 단순히 남들보다 먼저 접는다는 것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가 찾아낸 답은 "폴더블은 폰을 접는다는 개념보다 펼친다는 데에 더 큰 의미와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전한 적이 있다. 궁색하긴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디스플레이 디자인 모양의 그때 스마트폰을 잘 접고, 펼 수 있다면 새로운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삼성전자가 세 번째 접은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를 내놓고 폴더블폰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엔 1천만대 판매고를 기록하던 노트 시리즈까지 내놓지 않고, 폴더블폰에 올인했으니 단단히 칼을 벼른 셈이다.
3세대 폴더블폰은 처음 접었던 1세대 제품과는 외형적으로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많은 것이 변화했다. 방수·S펜·UDC가 그것인데, 기술의 진보 없이는 이루기 어려운 기능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세 번째 폴더블폰이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공학'(engineering)이 만들어낸 결정체라고 평가한다. '폰이 아니라 공학의 승리'라는 이들도 있다. 전자·기계·소재 공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축적된 지식과 기술의 진일보를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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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이렇다. 1세대 폴드는 힌지(경첩) 구조물의 설계와 디스플레이 필름 소재상 미세먼지와 액체에 매우 취약했다. 2세대 폴드 역시 양쪽으로 접고, 펼치는 표면 장력의 미세한 특성 때문에 디스플레이 하단 부문이 깨지기 쉽다는 우려와 불만들이 상존했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3세대는 폴더블폰의 최대 난제인 방수방진과 S펜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방수를 위해 실리콘 소재 단자인 CIPG, 유연성이 있는 차세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케이블도 동원됐다. 또 S펜 압력에 따른 유리필름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펜 끝부분을 둥글게 만들고, 펜 신호를 전달받는 디지타이저 패널은 두 개 부분으로 나눠 신호는 하나의 컨트롤러에서 처리되도록 했다. 무엇보다 두 개의 패널을 20만회 이상 접고 펴는 힌지 구조는 더 슬림해지고 가벼워졌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폰을 접어서 갖고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막연한 상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삼성의 도전 이후 이제 우리는 '폴더블폰이 스마트폰의 대세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또 다른 물음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라고 확실하게 답하긴 어렵다. 접힌 부분의 필름 들뜸이나 구김 현상, 작은 배터리 용량과 충전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진입 장벽도 아직 높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분명한 것은 3세대로 이어진 갤럭시Z폴드·Z플립은 접거나 펼친 상황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쓰임새를 보여준다. 11년 전 갤럭시S로 애플 아이폰에 대적했던 삼성전자가 갤럭시Z 시리즈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서 새로운 싸움의 전선을 지배해 나갈 수 있을지는 'Z' 시리즈의 완성에서 더 확연해 질 듯하다. 두 번 접는 폴더블폰 'Z'가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