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블릿이라고 할만하다."
2년 전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 선보였던 삼성전자가 3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드디어 진정한 패블릿(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을 완성했다. 바(Bar)형 스마트폰은 결코 넘볼 수 없는 크기의 대화면, 그리고 그 넓은 대화면에 쓸 수 있는 갤럭시 'S펜'의 조합을 통해서 말이다.
삼성전자로부터 갤럭시Z폴드3를 대여받아 며칠간 사용해봤다. 갤럭시Z폴드3는 폴더블 스마트폰 최초로 S펜이 지원됐다. 이번 제품에서 가장 기대됐던 부분도 단연 S펜이었다.
갤럭시노트를 사용하면서 S펜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던 터라, 노트 시리즈보다 큰 대화면에서는 S펜의 활용성이 더욱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S펜을 지원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보다 빨랐다.
실제로 갤럭시Z폴드3에 S펜을 써보니 노트나 태블릿이 따로 필요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6인치 대화면을 온전히 노트로 사용하는 경험은 갤럭시노트에 비할 바가 못됐다. 갤럭시Z폴드3에서 S펜을 사용하다 보니, 기존에 쓰고 있던 갤럭시노트10에서 S펜을 쓰는 것이 너무나 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폴더블 스마트폰과 S펜의 조합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일반 바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펜이 갤럭시노트처럼 스마트폰 안에 탑재되는 형태가 아니라 휴대해야 하는 형태라서 불편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S펜을 보관할 수 있는 갤럭시Z폴드3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디스플레이 충격 완화를 위해 갤럭시Z폴드3 전용으로 나온 'S펜 폴드 에디션' 또는 'S펜 프로'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 이 부분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Z폴드3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블루투스 연결이 안 되는 S펜 폴드 에디션은 5만5천원, 갤럭시 기기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며 블루투스 연결이 되는 S펜 프로는 12만1천원이다.
S펜 외에 생각보다 만족감이 컸던 부분은 바로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였다. UDC는 카메라를 패널 아래 숨겨 영상이나 사진을 볼 때 카메라 구멍을 안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UDC 덕분에 메인 디스플레이로 영상을 볼 때 뻥 뚫린 펀치홀 모양 없이 온전한 큰 화면을 즐길 수 있었다. 각도에 따라서 가까이 보게 되면 그물망처럼 카메라 구멍이 보이긴 하지만 실제 거리를 두고 영상을 볼 때는 보이지 않아 불편하지 않았다.
이 부분 또한 펀치홀이 그대로 보이는 기존 스마트폰을 돌아가 사용했을 때는 매우 거슬리게 느껴졌다. 편리함 또는 더 좋은 사용성은 한번 경험해보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긴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다만 UDC를 새로 채택하면서 전면 디스플레이 카메라(400만 화소)가 전작(1천만 화소)보다 화질이 다소 낮아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멀티태스킹 측면에서도 전작보다 더욱 기능이 개선됐다. 대화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각 앱의 메뉴를 왼쪽 화면에 단순화해 보여주고 더 큰 화면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 레일을 새로 지원했다. 예를 들어 캘린더 앱을 사용할 때, 기존에는 왼쪽 상단에 있는 메뉴 버튼을 누르면 메뉴가 거의 화면 절반을 덮어 달력을 한눈에 보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메뉴를 열더라도 화면 왼쪽에 간결하게 표시되어 남은 화면에서 달력 전체를 볼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화면 상단과 화단이 나눠져 실행되는 플렉스 모드가 최적화되지 않은 앱에서도 플렉스 모드 패널을 적용해 화면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 전작에서는 일상생활 수준의 방수도 되지 않아 사용자가 전전긍긍해야 했지만, 갤럭시Z폴드3는 폴더블폰 최초로 IPX8 등급의 일상생활 방수 성능을 갖추게 돼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줬다. 힌지와 본체 사이의 틈을 최소화하면서 주요 부품을 모두 고무 소재로 감싸 제품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했다.
내구성도 대폭 강화됐다. 역대 갤럭시 Z 시리즈 중 가장 견고한 글래스인 코닝 고릴라 글래스 빅투스를 커버 디스플레이와 후면에 모두 적용했으며, 디스플레이는 우레탄 대신 신축성이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보호 필름을 적용하고, 패널 레이어를 최적화해 내구성을 전작 대비 80% 강화했다.
하이드어웨이 힌지는 더 슬림해졌으며, 이에 맞춰 스위퍼에 사용되는 강모의 길이도 줄여 본체에 외부 물질이나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그럼에도 갤럭시Z폴드3가 여전히 아쉬운 점은 바로 무게와 두께, 그리고 가격이다.
전작보다 무게를 10g가량 줄였지만, 여전히 오래 들고 통화하기엔 무겁다. 잘 때도 침대에 누워 들고 보기에도 여전히 힘든 무게(271g)다. 전작 대비 두께와 폭도 줄어들어 그립감도 향상됐지만, 이 역시 여전히 주머니에 넣기에는 두꺼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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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Z폴드3는 전작보다 가격을 40만원가량 대폭 낮췄다. 256GB 내부 저장용량 모델이 199만8천700원, 512GB 내부 저장용량 모델이 209만7천700원이다. 여전히 2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1천300원의 차이를 둬서라도 100만원대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폴더블 대중화를 향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사도 늘어나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격이 일반 바 형태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과 같이 낮아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중화의 시기를 결정짓는 건 '무게와 두께를 얼마만큼 빠른 시간 안에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