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공식적인 대외활동은 자제하고 있어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삼성전자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물밑 경영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자마자 서울 강남 서초사옥을 찾으며 경영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수원 본사 등을 오가며 주요 사업 현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에는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반도체, 스마트폰 등 국내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에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선 별도로 법무부 특정경제사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취업제한 위반 논란이 제기되면서 현장 경영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경영 승계 의혹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자칫 사업장 현장 방문이 이같은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이어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할 수 없고 해외 출국 또한 법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특경가법 14조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법무부는 '취업제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지난 1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위반 여부에 대해 “이 부회장은 무보수에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며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서 최종 의사 결정을 하는데, 이 부회장은 참여할 수 없어 취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주무부처 수장인 박 장관이 제한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다는 취지를 밝힌 만큼 이 부회장의 보폭이 다소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반도체 사업장 방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올해 첫 근무일인 지난 1월 4일 가장 먼저 평택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반도체 생산 현장을 점검했기에 이번에도 파운드리 반도체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투자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2019년)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38조원을 더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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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증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또 조만간 백신 수급을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달 말부터 모더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위탁 생산에 들어갈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본사를 찾을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