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D-택트] 머지플러스는 '폰지 사기' 였을까

금융당국 및 제휴사 책임론 불거져...전금법 개정안 논의 불지필 듯

금융입력 :2021/08/21 08:53    수정: 2021/08/22 15:24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20% 무제한 할인'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던 '머지플러스'가 연일 큰 화젯거리입니다. 머지플러스가 돌연 지난 11일부터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알리면서, 고객은 줄줄이 머지플러스서 샀던 상품(머지머니·머지플러스 연간권 등) 환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불이 제때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다 이 회사의 사업·수익 구조가 알려지면서 '폰지 사기'와 닮았다는 의혹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국내에선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불리는 조희팔 사건이 이에 해당되는 사례입니다. 머지플러스 고객들은 20% 무제한 할인이라는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신규 고객을 계속 유입시키고, 최근에는 연간권 판매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시켰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와 닮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머지플러스는 고객에게 환불을 다 해주지 않고 그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할 것이라는게 일부 고객들의 시각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사진=독자 제공)

머지플러스가 과연 폰지 사기를 설계해 2018년부터 시작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머지플러스 대표의 양심만이 알겠지요. 수사당국이 이들이 사기 행각을 했는지 철저한 조사에 돌입한다면, 밝혀질 일입니다.


형태 없는 플랫폼 사업, 가늠 잣대가 없다

우리는 머지플러스 사태를 처음 겪는 건 아닙니다. '플랫폼 사업'이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린 기업들의 몰락을 경험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머지플러스 사태 이전인 2020년 8월 '티엘엑스(TLX) 패스' '배고파 서비스'를 거론하며 머지플러스가 심상치 않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몇몇은 동조했지만 몇몇은 잘 굴러가는 머지플러스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여야 진가를 발휘하는 플랫폼 사업이 애초에 겪는 적자나 초기 투자(마케팅) 비용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발판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만명이 모여야 사업의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 이후 추가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는 모릅니다. '모객이 많이 된다면 언젠가 더 커나갈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는 막연함만이 플랫폼 사업을 지탱해주는 아슬아슬한 신념인 것이지요.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플랫폼 효과'에 눈이 멀어 정작 회사의 안정성은 뒷전에 두기도 하면서요. 적어도 제조업체라면 대략의 원가, 매출로 성장세를 점칠 수나 있지만 플랫폼 기업은 가늠 잣대가 불분명합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제2, 제3의 머지플러스는 또 나온다

머지플러스가 마지막이 된다면 좋겠지만 제2, 제3의 머지플러스는 또 나올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싼 값에 물건을 사겠다는 기본적인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테고, 이를 자극하는 기업이나 사기꾼의 출현을 원천봉쇄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손 놓고 또 당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머지플러스로 돌아가봅시다. 머지플러스는 애초 자신들이 주장한 '상품권업자'보다 더 넓은 영업 행위로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았습니다. 머지플러스는 항변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뒤늦게야 머지플러스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준수하겠다며 서비스 일시 중단을 공지했습니다. 

고객들은 금융당국이 왜 늦게 머지플러스의 위법 사실을 발견했는지, 또 연착륙 시키지 못했는지에 대해 항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을 하고 있음에도 등록하지 않았고,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감독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자금융업자의 경우 적어도 부채비율과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 자본 규제가 있기 때문에 등록 요건을 갖추기 위해 머지플러스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머지플러스가 세세하게 법률 검토를 하지 않은 탓이지 금융당국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얘깁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몰려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켱찰 및 구급대원들과 뒤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전금법 개정안 '부랴부랴'

그렇지만 금융당국이 머지플러스의 사태를 전혀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적어도 올해 6월께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자 미등록 상태로 영업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이 과정서 머지플러스와 당국 간 실타래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격렬하게 논쟁을 펼쳤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머지플러스 사태가 터지자 갑작스레 전금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는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전금법 개정안 통과시키자고 강력히 얘기했지", 한국은행은 "전금법 개정안 통과 필요한데 그때 말했던 청산은 우리 권한이니까 그건 빼고 통과 시켜야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줄다리기가 시작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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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제가 마련된다면 좋을 일입니다만, 우리는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업자만 규제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게 됐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유사 수신 행위, 메신저 플랫폼을 탄 불법 사금융이 횡행하는 지금, SNS업체에서도 메신저 플랫폼에서도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기는 당했지만 사기를 물을 곳이 없는 답답함이지요. 

머지플러스서 연간권을 산 고객 A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티몬이나 토스서 더 싸게 머지플러스 연간권을 살 수 있었지만 안샀다. 검증을 얼마나 거쳤을까 하는 의문에서다. 하지만 금융사는 다르지 않나. 금융사라면 철저히 조사했을 것이란 믿음에서였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