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고성능 그래픽카드 시장에 출사표...시장 지각변동 예고

[인텔 아키텍처데이] 첫 제품 내년 1분기 출시...TSMC 전량 위탁생산

홈&모바일입력 :2021/08/20 07:30    수정: 2021/08/20 10:08

인텔이 프로세서 내장 '아이리스 Xe 그래픽', 노트북용 그래픽칩셋 '아이리스 Xe 맥스'를 넘어 내년 1분기부터 데스크톱PC용 그래픽카드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지난 1998년 2월 PC 시장에 i740 그래픽칩셋을 공급한 이래 20여 년만이다.

인텔이 내년 1분기 중 시장에 공급할 첫 고성능 칩셋 '알케미스트'는 사물에 비치는 빛과 그림자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레이트레이싱, AI를 이용해 풀HD(1920×1080 화소) 그래픽을 4K급으로 업스케일하는 기능 등 현재 엔비디아와 AMD 최신 그래픽카드 기능을 그대로 수용할 예정이다.

인텔이 오는 2022년 1분기에 데스크톱PC용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인텔)

이에 따라 내년 이후 외장형 그래픽카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엔비디아는 물론 2위 업체인 AMD의 시장 점유율과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 라자 코두리 영입 이후 3년만에 가시적 성과

인텔은 2011년부터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리지)를 통해 내장 그래픽칩셋 기준 80% 이상 점유율(존페디리서치 기준)을 확보했다. 하지만 사무용 프로그램이나 동영상 재생, 웹브라우징 등에는 충분한 성능이었지만 게임을 원활하게 실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 AI 처리에 필요한 텐서 코어 등을 내장했다. (사진=엔비디아)

여기에 엔비디아가 2010년부터 고성능 그래픽칩셋을 PC 프로세서처럼 쓰는 GPGPU 기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30 시리즈 등에 딥러닝, AI에 필요한 연산을 가속하는 '텐서 코어'를 탑재하고 이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텔은 결국 2017년 11월 애플과 AMD를 두루 거친 그래픽 전문가, 라자 코두리를 영입해 노트북부터 서버까지 커버할 수 있는 Xe 아키텍처 개발에 나섰다.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과 아이리스 Xe 맥스 비교도. (자료=인텔)

지난 해 출시된 노트북용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에는 Xe 아키텍처에 기반한 '아이리스 Xe 그래픽'이 내장됐다. 이를 통해 풀HD(1920×1080 화소) 해상도에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을 초당 30프레임 이상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 "게임 성장 지속...인텔도 고성능 그래픽 시장에 진입해야"

인텔은 내년 1분기부터 '아크'(ARC)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데스크톱PC용 고성능 그래픽카드 시장에 진출한다.

지난 18일 진행된 인텔 기술 행사 '아키텍처 데이' 브리핑에서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 부사장 및 가속 컴퓨팅 시스템 및 그래픽(AXG) 그룹 담당은 "현재 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인텔 역시 고성능 PC용 그래픽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2022년 이후 순차적으로 고성능 그래픽칩셋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인텔)

첫 제품으로는 지난 해 말 이후 현재까지 개발중인 그래픽칩셋 'DG2'가 기다리고 있다. 인텔은 이 칩에 '알케미스트'(Alchemist, 연금술사)라는 개발명을 붙였다.

알케미스트 출시 이후에는 '배틀메이지', '셀레스티얼', '드루이드' 등 수 년 간에 걸쳐 고성능 그래픽칩셋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들 개발명은 모두 RPG나 어드벤처 등 게임과 관련이 깊은 이름이다.

■ 첫 제품 '알케미스트', 대만 TSMC 통해 전량 생산

인텔이 지난 해 노트북과 보급형 PC용으로 출시한 외장 그래픽칩셋 '아이리스 Xe 맥스'(Iris Xe MAX, DG1)는 인텔 자체 시설에서 10nm 공정인 슈퍼핀(SuperFin)을 통해 전량 생산됐다.

인텔 고성능 그래픽칩셋은 전량 TSMC N6 공정에서 생산된다. (사진=인텔)

반면 내년에 나올 알케미스트는 대만 TSMC의 N6(7nm 상당) 공정에서 전량 생산될 예정이다. 인텔은 이미 지난 해 8월 '아키텍처 데이' 행사를 통해 "고성능 PC·서버용 그래픽칩셋 중 일부를 외부 시설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수탁생산) 중 인텔이 원하는 물량과 품질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TSMC 이외에 선택지가 없다. 대만 연합보는 이달 초 "인텔이 내년 TSMC의 생산 물량 중 상당 부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텔은 지난 해 일부 외장 그래픽칩셋 생산을 외부에 위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료=인텔)

라자 코두리 수석부사장은 "이는 지난 3월 팻 겔싱어(인텔 CEO)가 공개한 IDM 2.0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레이트레이싱·XeSS로 선두 업체 '따라잡기'

인텔은 알케미스트에 현재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그래픽칩셋 제조사가 선보인 신기술을 모두 투입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에 내장되는 게임 지원용 기술인 다이렉트X 12 얼티메이트와 함께 레이트레이싱, 업스케일링 등이 포함된다.

인텔 XeSS(슈퍼샘플링) 기술 개념도. (사진=인텔)

엔비디아는 2018년 지포스 RTX 20 시리즈 출시와 함께 DLSS(딥러닝 슈퍼샘플링) 기능을 선보였다. 인텔도 이날 AI를 이용해 풀HD(1920×1080 화소) 그래픽을 화면 번짐 등 현상 없이 4K 급으로 끌어올리는 XeSS(Xe 슈퍼샘플링) 기능을 공개했다.

인텔은 XeSS 기능에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부터 내장된 AI 연산 가속용 DP4a 명령어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게임 개발자들을 위해 XeSS 관련 개발킷을 이달부터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알케미스트 칩 샘플도 주요 PC 관련 제조사에 공급 중이다.

■ 내년 이후 그래픽카드 시장 지각변동 불가피

인텔이 알케미스트를 출시하는 내년 1분기 이후 PC용 고성능 그래픽카드 시장에는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회성으로 그쳤던 i740 출시와 달리 향후 출시 제품 개발명까지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지포스 RTX 3080 탑재 레퍼런스 그래픽카드.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현재 삼성전자 8나노 공정에서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지만 게임과 암호화폐 채굴 수요 폭증으로 품귀 현상과 가격 폭등을 동시에 겪었다. 이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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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는 TSMC 7나노급 공정 생산량 중 상당수를 확보했지만 여기서는 라데온 그래픽칩셋과 함께 라이젠·에픽 프로세서도 함께 찍어내야 한다. 지난 해 말부터 출시한 라데온 RX 6000 시리즈는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와 성능이 엇비슷하지만 공급 수량은 충분치 않다.

AMD 라데온 RX 6900 XT 레퍼런스 그래픽카드. (사진=AMD)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중간급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두 회사 대비 낮은 가격으로 내놓는다면 대기 수요 중 상당수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20%로 열세인 AMD는 프로세서에 이어 그래픽카드에서도 인텔에 밀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