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금융사기 예방 위해 법인계좌 요청 사업장 실사키로

"대포통장·보이스피싱·불법수익은닉계좌·벌집계좌 예방 효과 클 듯”

금융입력 :2021/08/19 17:06    수정: 2021/08/19 17:06

IBK기업은행이 법인계좌 개설을 요청한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조사하며 대포통장·투자사기·벌집계좌 방지 효과를 한 번에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계좌 개설용 법인 검사 체계를 완성해 본·지점 전체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법인 명의 계좌를 만들어 달라”는 사업장에 기업은행 직원이 직접 방문해 실제로 정상 영업하는지 등을 점검한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시범 조사하면서 약점을 보완했다. 지점별로 시행할 때에는 대포통장 만드려는 사람이 거절 당한 지점에서 나와 근처 다른 지점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모든 지점이 시범 운영하긴 했지만 다른 검사 체계를 가져다썼다”며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대출 신청 받을 때나 법인을 조사했지, 계좌 개설 단계부터 체계를 갖춰 실제로 찾아가보는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법인 명의로 만든 대포통장을 악용한 금융사기가 늘었다며 미리 차단하기 위해 실태를 조사한다고 기업은행은 설명했다. 개인이 계좌 만들 때에는 용도를 묻고 재직증명서 같은 서류를 요구하지만, 법인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을 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사에 지사까지 줄줄이 만들 수 있다. 사업자등록증이 따로 나오기 때문에 지사별로 법인 명의 계좌를 틀 수도 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사기범이 법인 관계자에게 계좌 개설을 요구한 뒤 돈을 주고 이를 맞바꾼다. 이 계좌는 대포통장이 돼 기관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에 악용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이 계좌로 송금하도록 하는 식이다.

법인 명의 대포통장이 불법 수익을 숨기는 계좌로 쓰인 사례도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 통장에 얼마 맡기면 몇 배로 불려주겠다’며 법인 명의 계좌로 투자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IBK기업은행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업장 실태를 조사하면 ‘벌집계좌’ 역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업은행은 보고 있다. 벌집계좌란 법인 계좌 아래 여러 명의 거래자 개인 계좌를 두는 방식으로, 일부 가상화폐거래소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회 수단으로 활용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직접 찾아가보니 사무실에 책상 하나 두거나 컴퓨터만 하나 있는 등 허술하게 꾸며놓더라”며 “사업장 실태를 조사하면 대포통장과 이로 인해 생기는 보이스피싱·불법수익은닉계좌·벌집계좌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