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1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223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 일일 환자 수다. 이 수치는 국내 4차 대유행의 정점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하루 환자 수는 2천500명~3천명까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자 수 급증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보다 더 높은 접종률과 추가 접종(부스터샷)까지 시행 중인 이스라엘은 최근 6천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와중에도 코로나19 이슈는 계속 터져 나온다. 최근에는 모더나사가 당초 약속했던 백신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물량만을 보내 정부가 항의하는 등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설상가상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의 또다른 변이인 델타플러스 변이의 국내 확산도 늘고 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 폐렴' 집단 감염을 보고한 이래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는 일년 반이 넘도록 종식은 커녕 잠잠해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본다. 평소라면 세세하게 통계를 붙여 “역대 최다 확진자 발생”과 같은 ‘뉴스’를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19 최초 발생부터 현재까지 이 사안을 맡아 보도하고 있다. 나의 일과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해 청와대, 국무총리실과 서울시 등 주요 부처와 지자체발 정보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루에만 많게는 3번 이상 진행되는 브리핑은 그날의 헤드라인이 되기 때문에 당국자의 토씨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 여력이 되면 WHO와 미국 질병통제국(CDC)이나 홍콩과 중국의 CDC 보고서도 챙겨야 한다. 외신보도는 덤. 기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다루는 언론이라면 이런 지난한 과정을 매일 거친다.
기자는 통계에서 핵심을 선별해 ‘뉴스’로 만든다. 그러면 그날의 ‘업무’는 얼추 끝이 난다. 민감한 사안이나 주요 정책이 발표되면 타 언론에 질세라 더 빨리, 더 많이 '기사'를 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자가 열심히 취재와 보도를 한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사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다. 의학을 담당하니 그저 내 일이려니 한 것 뿐이다. 전 세계를 뒤덮은 팬데믹은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뉴스의 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처음 1년은 유행 종식까지는 가보겠노라 큰소리를 쳤다. 업무량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괴로움은 내 의지로 만든 뉴스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인간에 대한 몰이해의 산물이었는지를 깨달으면서부터 시작됐다.
매일 마주하는 각종 수치와 통계는 감염자와 그의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일례로 감염병으로 사망하면 유족은 시신의 마지막을 볼 수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가져온 한 가정의 파탄이다. 나는 기사에 이를 “추가 사망자 OO명”이라고 쓴다.
은퇴 자금을 쏟아붓고 빚을 내 문을 연 식당과 카페가 팬데믹의 여파로 문을 닫고 있다. 이후 그 가정에 찾아올 시련이란 더없이 매서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시련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생계 어려움”으로 쓰이고 말 뿐이다.
나는 누군가의 죽음이나 시련을 몇 줄 통계와 숫자로 전하고 마는 무책임을 1년 8개월 12일째 반복하고 있다.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을 뺀 채 하는 죄. 이 죄를 알면서 저지르고 있다.
이날 역대 가장 많은 확진자 수가 나왔다. 오늘만큼은 수치 말고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