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만드는 구독경제 생태계...남은 퍼즐은?

[백기자의 e知톡] 카톡서 디지털아이템·콘텐츠·실물상품 구독...부동산 거래도?

인터넷입력 :2021/08/07 08:30    수정: 2021/08/07 21:49

“개인적으로 월세도 구독이라 생각한다... 특정 비용을 내면 자동차도 골라탈 수 있는 시대다. 정수기를 비롯해 냉장고까지 구독이 가능하게끔 전자회사들이 이미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2019년 11월 여민수 카카오공동대표가 한 학회 세미나에서 한 말입니다.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 멜론과 같은 월정액 방식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여 대표가 가진 구독경제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는 정도로 이해됐습니다. “월세도 구독이라니 듣고 보니 맞는 말이고, 신선한 발상인데?”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납니다.[☞관련 기사 보기]

그로부터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 여민수 대표가 말한 구독경제가 카카오톡 플랫폼 내에서 퍼즐 조각처럼 하나둘 끼어 맞춰지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안에서 월 특정 요금만 지불하면 이모티콘과 같은 디지털 아이템을 구독하고, 카카오톡 백업 및 복원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톡서랍 서비스도 구독 형태로 이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울러 식품, 가전, 생필품 등 실물 상품뿐 아니라 청소, 세탁 등 무형의 서비스까지 다양한 종류의 구독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ON’ 서비스도 지난 6월 카카오톡 더보기 탭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해 모아볼 수 있는 ‘카카오 뷰’ 서비스가 카카오톡 세 번째 탭에 들어오면서 카카오톡 구독경제의 틀이 완성된 모습입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다시 시간을 2019년 여민수 대표가 참석한 세미나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여 대표는 ‘공유경제’보다 구독경제가 “보다 구체적이고 실체가 보인다”는 말로 카카오가 타깃으로 한 시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시장 플레이어들과도 충돌도 덜 해 좀 더 확산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구독경제의 성장 가능성과 확산 속도를 좀 더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나아가 그는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눈여겨봤습니다. 이 변화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미디어에 대한 생각과 정의, 준비를 다시 한 번 정립해야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여 대표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해졌다”면서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경제적 동기를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어떨까를 고민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의 ‘카카오 뷰’ 서비스로 보입니다. 카카오 뷰는 언론사와 인플루언서 등 콘텐츠 발행 창작자들이 다양한 콘텐츠 링크를 모아 ‘보드’ 형태로 발행하면 이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보드를 구독하는 방식입니다. 콘텐츠 창작자들은 이용자 수나 보드 노출 수 등에 따라 광고 수익 일부를 배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콘텐츠 직거래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말한 “정수기를 비롯해 냉장고까지 구독이 가능하게끔 전자회사들이 이미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은 현재의 ‘구독ON’ 서비스로 실체를 드러냈고, “현대기아자동차, 포르쉐 등 소비자가 특정 비용을 내면 자동차를 골라탈 수 있는 시대다”라는 말은 하반기 서비스를 계획 중인 카카오T 렌터카 사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현대캐피탈로부터 차량 공유 서비스 ‘딜카’ 인수 계약을 맺고, 이용자와 렌터카 제공업체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카카오 뷰

부지런히 구축된 카카오의 구독경제는 여기서 완성된 것일까요? 아직 더 많은 퍼즐 조각이 남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민수 대표가 “개인적인 생각”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월세, 전세도 구독 형태의 서비스로 본다면 카카오톡 내에서 개인 간 부동산 거래도 전혀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구현한 인증 서비스와, 전자계약 서비스, 그리고 금융 서비스 등이 결합돼 더 나은 부동산 거래 서비스가 언젠가 카카오톡 내에서 구현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또 이미 몇몇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들이 직접 중개 서비스를 하는 만큼,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약 5조원대로 추정되는 부동산 거래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높은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발품 팔아 부동산에 가지 않고 카카오톡에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올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해 봅니다.

카카오구독ON

다시 시계를 앞으로 돌려, 여민수 대표는 지난 6일 진행된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상품, 서비스, 콘텐츠까지 ‘구독 중심축’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 카카오가 펼쳐나갈 구독 생태계는 카카오톡 채널을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가 구축한 구독 생태계에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게 돼 카카오톡 구독경제가 훨씬 더 커지게 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관련기사

단순 모바일 메신저로 출발한 카카오톡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 ‘사람과 비즈니스’, ‘사람과 사물’ 등을 연결하는 멀티 플랫폼으로 진화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2014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할 당시 밝혔던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회사의 비전과도 맞닿아 보입니다.

카카오톡에 구축된 구독경제가 더 많은 사람과 서비스·비즈니스의 연결을 만들어 내며 카카오의 성장을 얼마큼 뒷받침하게 될까요. 카카오의 여러 사업 중 구독 서비스에 특히 더 많은 관심이 모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