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정치광고 투명성 관련 연구를 하던 한 연구팀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페이스북 계정과 페이지, 연구에 사용된 앱까지 모두 차단했다. 또 이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에 접근하는 것도 막아버렸다.
이 같은 사실은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제재를 당한 것은 뉴욕대학의 ‘애드 옵저버(Ad Observatory)’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은 정치광고가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페이스북 측은 “허가되지 않은 방법으로 페이스북의 데이터에 접근하고 수집해갔다”고 주장했다. 이런 행위는 이용약관 위반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팀들이 ‘웹 스크래핑’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긁어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연구이긴 하지만 약관을 위반한 건 분명하다"고 페이스북은 밝혔다.
■ NYU 연구팀 "긁어간 건 광고 관련 정보이지, 이용자 정보가 아니다"
언뜻 보면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데이터 보호’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 같다. 201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기억하는 이용자들에겐 페이스북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정신을 차렸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페이스북 역시 “이번 조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명령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2019년 FTC와 이용자 데이터 보호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외신들의 반응은 탐탁치 않다.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가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퇴출 당한 뉴욕대학 연구팀도 강하게 반발했다.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부당 데이터 수집 사례가 부각되는 걸 피하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뉴욕대학의 ‘민주주의를 위한 사이버보안’ 프로젝트 책임 연구자인 로라 에델슨 박사는 프로토콜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허위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하려는 우리 작업은 건강한 인터넷과 민주주의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그대로 놔둘 경우 페이스북 플랫폼의 문제들에 시선이 집중될 것을 우려해 자신들의 연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애드 옵저버’는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이었다. 연구자들에게 페이스북 광고 시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애드 옵저버는 이용자들이 ‘나는 이 광고를 왜 보는가’를 클릭할 때마다 이용자들이 본 정보를 긁어간다.
문제는 연구팀이 긁어간 것이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 정보가 아니란 점이다. 광고에 대한 정보를 긁어갔다. 각종 광고는 ‘사적인 대상’이라고 보긴 힘들다.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건 이런 점 때문이다.
■ 지난 4월 이용자 5억3300만명 정보 긁어가는 건 속수무책 당하더니…
페이스북은 뉴욕대학 연구팀 계정 차단 조치가 FTC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해명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때 프라이버시 전문 연구자로 한 때 FTC 기술자로 일했던 아쉬탄 솔타니는 더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FTC의 이행명령에는 그런 과격한 조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페이스북이 타깃 광고에 대한 거센 비판에 휘말리다보니 그런 조치를 취하게 된 것 같다고 솔타니가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가 모순되는 부분은 또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전 세계 이용자 5억3천300만명의 계정 정보가 유출되는 건 제대로 막지 못했다. 당시에 사용된 것이 지금 문제 삼은 ‘웹 스크래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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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인 모질라재단도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모질라재단은 “애드 옵저버는 사람들이 본 광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뿐, 이용자 개인 정보는 가져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확실한 건 애드 옵저버 프로젝트가 페이스북의 광고 투명성 정책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는 연구란 점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