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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굿인터넷클럽- 핫사이트⑱] 질병과 산업에 필요한 새로운 약, 디지털 치료제

전문가 칼럼입력 :2021/07/31 08:30    수정: 2021/07/31 09:08

황양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실장
황양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실장

디지털 치료제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디지털을 치료한다는 것인지, 디지털을 활용해서 치료를 한다는 것인지, 무엇을 치료한다는 것인지 등 애매한 질문만이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제 막 떠오르는 산업이며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분야거든요.

7월의 굿인터넷클럽은 헬스케어 산업에서 부상 중이며 디지털 산업 전체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이 ‘디지털 치료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치료제 이야기를 하는 만큼 의사부터, 개발사, 진흥기관까지 분야별 전문가를 모시고 개념부터 가능성까지 들어봤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A to Z를 확인해보시죠.

쉽게 말해서 새로운 약이다

굿인터넷클럽

황용석 교수(건국대): 안녕하세요. 오늘 사회를 맡은 건국대 황용석 교수입니다. 오늘 굿인터넷클럽 주제는 헬스케어, 또 디지털 산업과 교집한 인 주제인데요.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과 전망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점쳐보는 유용한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께서 나오셨는데요. 먼저, 자기소개 시간을 갖겠습니다.

한덕현 교수(중앙대학교병원): 안녕하십니까.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입니다. 게임 과몰입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면서 동시에 게임을 사랑하는 의사입니다.

탁용석 원장(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탁용석입니다. 저희 기관은 광주에서 콘텐츠, ICT 산업을 진흥하는 광주시 산하기관이고요. 광주에서 디지털 치료제 이야기들이 논의되는 것에 큰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대원 대표(다윈테크): 안녕하십니까. 주식회사 다윈테크 대표 박대원입니다. 다윈테크는 3차원 데이터를 응용해서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주완 교수(전남대학교병원): 안녕하세요.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주완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주로 인지행동 치료나 그룹 치료를 맡아서 하고 있는데요. 작년부터 진흥원에서 소개 해주신 기업들과 함께 교통사고 PTSD 환자들을 대상으로 VR 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황용석 교수: 네, 어려운 자리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같은 비전공자나 일반인들은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치료제가 어떤 속성이 있는지, 어떤 특수성이 있는지 부연 설명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덕현 교수: 디지털 치료제는 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전에는 디지털 필(Pill)로 칭했거든요. 디지털 알약이었고 디지털 알약의 원시적인 개념은 의사가 질병 치료를 하는데 이를 증강 시켜주고, 도와주는 일환으로 시작한 개념이거든요. 약의 경우 진료를 받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하고, 약국에서 사고하는 과정이 이뤄지듯이 디지털 치료제도 이 과정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은 약국에서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머리에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이게 잘 제도화가 되면 약국 또는 상점, 가상공간이 생길 것 같습니다.

효과가 검증되는 과정으로 병원에서 쓰일 것

약(제공=픽사베이)

황용석 교수: 네, 보조제가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효과를 갖는 약이라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그러면 김주완 교수님, 디지털 치료제들의 수단들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주완 교수: 디지털 치료제는 인허가 치료와 그렇지 않은 치료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허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인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때문에 현장에서는 임상시험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고요. 인허가를 받지 않는 트랙을 탄 경우에는 의사나, 정신건강복지센터 그 외 사례 관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의 추천으로 환자 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기업과 전남대병원과 함께 개발한 인지행동치료 앱 같은 경우는 실질적으로 사례관리를 해보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관련 논문도 편찬이 돼서 실증자료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보다 맞춤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접근성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만성질환이나 정신건강 질환에 기존에 치료적 한계가 분명하게 있는 부분에 대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개발하실 때 의사나 치료자가 처방을 하고 환자가 선택을 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신다면 좀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황용석 교수: 네, 그러면 학술연구에서 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결과들이 나와있는 편인가요?

한덕현 교수: 유방암 환자한테서 항암제 치료를 관리하는 앱을 16년에 개발했는데 환자분들의 호응이 있었고, 강박장애를 치료 하는 앱, 암환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앱을 개발해서 진행했었는데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됐고요. 의사들의 지지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보며 실질적 불안, 우울에 대한 감소 효과가 보고된 상태입니다.

김주완 교수: 논문으로 학술적 증명이 되는가를 질문하셨는데 인허가를 받지 않은 치료제 둥 수면 관련 인지행동치료에 활용되는 ‘슬리피오’라는 앱이 지금 현재 해외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여러 저널에서 편찬이 되면서 임상적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동력에는 개선된 정책으로

황용석 교수: 네,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기관, 기업 입장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한데요.

탁용석 원장: 저희 같은 진흥기관, 정부 입장에서 보면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뉴딜이라는 4차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경제 체계 혁신이 이미 실행이 되고 있는 단계고 디지털 치료제도 그 안에 포함돼 있는 산업이라고 알고 있고요. 광주 입장에서 보더라도 디지털 치료제 관련 산업이 도시의 새로운 전환과 발전을 위한 모멘텀으로 볼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박대원 대표: 디지털 치료제 산업은 모바일 앱, 가상현실, 게임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질병을 관리 치료하는 산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산업입니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는 이제 첫 걸음을 떼는 입장이고요. 앞으로 헤쳐 나가야 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저희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를 해야 하는데 의료기기 허가심사를 받아야 하거든요. 식약처 허가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데 기업에서 어려운 부분은 환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기업이 단독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하나가 디지털 치료제가 완성됐더라도 의료 보험에 등재가 돼하지 않습니까. 디지털 치료제가 보건의료 체계에 진입해 수익, 처방을 할 수 있게끔 해야 되는데 국내는 이런 부분의 진입장벽이 높고 전문가가 상당히 부족합니다. 결론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용석 교수: 네,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원장님, 디지털 치료제 개발, 실증사업 관련해서 어떤 역할하고 계신지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탁용석 원장: 광주는 콘텐츠나 ICT 기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기회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전남대에서 하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 같은 경우는 광주 콘텐츠 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갖고 하고 있거든요. 콘텐츠 기업들이 광주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이라는게 영향이기도 합니다. 광주는 콘텐츠 산업을 제대로 지원하고 육성하고자 하는 체계들이 만들어져있다는 것이고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시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광주에서 콘텐츠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하게 확보가 돼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치료제 같은 경우는 정신질환 분야에서 효과가 있고, 이 부분에서 많은 기업들이 진출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광주는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트라우마 센터가 있는 도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체계 외에도 이런 배경이 어떤 숙명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디지털 치료제 관련해서 투자나 지원 규모를 확대해나갈 생각입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기업들은 저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황용석 교수: 네, 원장님. 광주라는 도시와 이 사업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박대원 대표님, 앞서 말씀 주시긴 하셨는데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규제가 있잖아요. 이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으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대원 대표: 국내 같은 경우는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진행을 해야 하는데요. 이 식약처의 승인이 질병에 대해 진단, 처방, 치료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식약처에서 단계별 허가라던가 신속한 진행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긴 한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은 자신 있는데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임상적, 과학적 증빙이 필요하고 때문에 임상이라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윤리적 의무도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또, 법안이나 규정이 기존 의료기기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데요. 신산업이기 때문에 저 안에서 움직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테스트 베드를 만들면서 선제적 개발 이후 심사, 승인을 후속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범주가 넓어지게 만드는 것은 예산 지원

황용석 교수: 투자나 정책적 지원 역시 중요해 보이는데요. 탁 원장님,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R&D 관련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탁용석 원장: 제가 현장에서 볼 때,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거든요. 금융 같은 경우는 마이 데이터가 적용되면서 혁신적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데, 의료계 같은 경우는 민감정보에 해당 되어 이 사업에 신속하게 적용되기 어려운 점이 하나가 있습니다. 또, 이게 의료 체계 안에 들어와야 되기 때문에 치료제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산업계에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정부가 선도적으로 발을 맞춰 가야 하는 부분들이 있고 산업계 내에서도 훨씬 더 빠르게 개발을 하고 임상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조화로워야 하지 않나 싶고요. 저희 기관의 역할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관련 부처에 전달을 해서 실질적인 의견들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예산 지원을 크게 늘려서 정신의학뿐 아니라 테스트 베드를 운영하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산업의 맞춤 지자체는 광주라고 생각하기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서 지원을 하면 속도감 있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의료진과의 협업이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디지털(제공=픽사베이)

황용석 교수: 현재까지 국내에 허가받은 제품이 없는 상황인데요. 이런 장벽들에 대해서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덕현 교수: 개발사에서 우려하시는 부분이 ‘만들면 쓸까’이실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한 대답은 잘 만들면 의사들은 씁니다. 잘 만든다는 기준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핵심 원리가 녹아 들어있고, 과학적 증빙만 된다면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기능성 게임을 예로 들면 치매 관련 게임은 한 해에 30개씩 나오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이 게임을 절대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을 만들 때 의사의 이름만 빌리지 치료의 핵심 원리를 그 안에 넣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디지털 치료제는 이 기능성 게임보다 의료 쪽에 가까운 도구이기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부터 치료의 핵심 원리가 있는 치료진과 기업과의 밀접한 유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빠른 인허가는 필요한 것이 디지털 치료제에 적용된 UI가 2년이면 노후화됩니다. 시의성이 지난 UI로 디지털 치료제를 적용한다면 환자들이 갖는 현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용석 교수: 네, 오늘 소중한 말씀들 잘 들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고 IT 기업과의 협업이 주효하며 높은 규제 영역이 완화돼 다양한 실험들이 가능하게 끔 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씀과 함께 오늘 이야기들을 들으며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커졌다는 점 말씀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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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을 받아 앱 마켓으로 가는 상상

디지털 치료제는 이제 막 시작하는 산업으로 가야 할 길이 멀긴 하나, 뻗어 나갈 길이 보이는 산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막연하게 생각했던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 현장에서 쓰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실체가 와 닿는 기분인데요.

게임, 앱 등 우리 일상과 매일 닿는 형태가 치료제가 된다고 하니 디지털 산업의 저변 역시 디지털 치료제로 인해 넓어질 수밖에 없겠네요.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정부 차원의 지원, 규제 완화가 있다면 조만간 처방전을 받아 앱 마켓으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양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실장

ICT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ICT 산업이 일상이 된 지금, 굿인터넷클럽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더 나은 일상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주제, 생생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드리오니 업무와 생활에서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