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정부는 수년 전에 디지털자산 사업에 대한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했고, 당국의 허가 없이는 해당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 자체 인력과 IT시스템 없이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김국현 업비트APAC 대표는 29일 본지와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최근 불거진 업비트 해외법인에 대한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의혹을 일축했다.
최근 JTBC는 업비트APAC 내 3개 법인인 '업비트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이 실체가 없이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싱가포르 현지 사무실을 방문해 보니 직원도 없고 서비스 운영을 위한 서버나 컴퓨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여기에다가 "업비트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환치기를 한 혐의가 있다"는 의혹까지 추가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자체인력·IT시스템 확인...페이퍼컴퍼니라면 라이선스 못 받아"
김국현 대표는 이런 의혹이 "타국의 규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생긴 오해"라고 보고 있다. 동남아 3국에서 디지털자산 사업을 진행할 때 얼마나 까다로운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지 알았다면 이런 의혹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업비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은 해당 국가에서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받고 운영 중이다. 라이센스 현황은 각 당국의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업비트 싱가포르는 통화감독청으로부터 기존 사업자 지위를 인정받고 면제사업자로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업비트 인도네시아는 수년간의 준비를 통해 현지 업체에 이어 2번째로 상품선물규제국 (BAPPEBTI)의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업비트 태국은 외국계 회사로는 처음으로 태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일각의 의혹처럼 직원이나 서버 없이 운영되는 페이퍼컴퍼니라면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각 국가의 라이센스 취득 과정은 매우 엄격하며 임직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 인력계획, 최소자본금, 적절한 사무공간, 자금세탁 방지(AML/CFT 등), 사업계획, IT시스템 구조 및 보안, 상장정책, 내부통제정책, 외부감사, ISO 인증 등 사업 전반에 대해 포괄적인 심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업비트 인도네시아는 현지 당국의 요구에 따라 자체적인 ISO27001 및 ISO27017 인증까지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텅빈 사무실이 페이퍼컴퍼니 근거? "각국 코로나19 정부 시책에 따라 재택근무 중"
그렇다면 보도 영상에 나온 텅빈 사무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매우 강력한 사회활동 제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각국 정책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무실 근무를 하고 이 경우도 모든 출입 기록을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외식 및 2인 초과 모임이 금지돼 있으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는 모두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여 각국이 지정한 필수 업종은 최대 50%, 그 외의 경우는 100% 재택을 강제하고 있고 일부 시내 주요 도로는 경찰 및 군 병력에 의해 차단된 상태다.
김 대표는 "한국 언론 보도에서 나온 사무실 입구에는 현지어로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붙여놓은 문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 시책에 따라 재택근무 중일 뿐인데 사무실 밖에서 볼 때 사람과 컴퓨터가 보이지 않는다며 페이퍼컴퍼니라고 주장하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사무실 출근은 어렵지만 각 법인은 구성원을 늘리며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김 대표는 "각 법인은 현지 국적의 구성원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그 인력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인허가 후 각 법인은 감독당국과 매우 빈번하게 소통하며,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내부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전문성을 가진 현지 구성원들이 이 과정을 주도하며, 각 사업 법인의 JV 파트너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APAC 통한 환치기, 구조적으로 불가능"
그는 업비트와 업비트 APAC 법인 간 환치기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두나무와 업비트 APAC 산하 해외 거래소 법인 간 가상자산 거래 목적으로 외환을 주고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김 대표는 단언했다. "3개 법인이 외환을 취급하지 않으며 현지 은행의 인증된 본인 실명계좌를 통해 현지 통화만 입출금이 가능해, 업비트 한국에 외환을 입금할 방법도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오더북 연동이 환치기와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오더북 연동은 불특정 다수 회원 간 매매를 중개하는 서비스일 뿐"이라며 "불특정 다수 간 매매중개이기 때문에 업비트 싱가포르 고객은 거래 상대방을 특정할 수 없고, 결국 오더북 연동은 자산의 이전이 아닌 교환일 뿐이며 환치기와 무관하다"고 답했다.
"핀테크 사업으로 해외 진출, 힘겨운 도전...꾸준히 사업 키워 나가겠다"
김 대표는 IT업계에 10년 이상 몸 담으며, 특히 한국 인터넷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애써온 인물이다. 카카오 글로벌 비즈니스 디렉터를 거쳐, 카카오 인도네시아 대표를 5년간 역임하며 자카르타에서 살았다.
그런 그에게도 해외에서 핀테크 사업은 힘겨운 도전이다. 김 대표는 "핀테크 영역에서 글로벌 진출은 현지 규제 및 사업 환경에 따라 그 난이도가 매우 높다"며 "아직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업비트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에 비해 약하고, 후발주자로서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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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디지털자산에 기반한 핀테크 사업은 상당히 유망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는 이미 2018년에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달에는 홍콩 소재 디지털 자산 기업인 BC그룹에 한화로 약 천억원을 투자했다. 싱가포르 최대 국영은행 DBS는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거래서비스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 보다 앞서 동남아시아 각국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것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업비트 APAC의 힘든 도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점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로서 꾸준히 사업을 키워갈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