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정신장애인 정책을 수립할 때 당사자 목소리와 현장의 요구가 잘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에도 정신장애인의 삶은 이전과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출범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은 29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연합회가 당사자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시키겠다는 의지다.
연합회에는 서울·부산·경남·광주 소재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센터 7개소가 참여하며 지난 17일 온라인을 통해 출범 소식을 알렸다.
신 위원장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7년 5월 20년만에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마련됐다. 기존 법은 입원 및 치료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다수 발생,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컸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강제 입원 절차와 행정입원 및 외래치료명령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새로운 법이 마련됐지만 후속 개정 요구도 계속됐다. 신 준비위원장은 “입원 여부를 결정짓는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진다”며 “이 과정조차 당사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장애인이 중심이 된 중앙 조직 출범은 각 정신장애 단체가 ‘각개전투’를 해오던 것에서 단일화된 조직으로 정신장애인의 요구를 정부에 적극 제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신 준비위원장은 “정신장애인 정책은 당사자보다 전문가 견해에 치중돼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지역에 관련 자립생활센터가 생기면서 당사자 주도의 결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연합회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신병원 장기입원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신보건정책의 방향이 정신장애인을 환자로서 입원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립을 돕는 지원에 방점이 찍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신장애인이 퇴원을 해도 딱히 갈 곳이 없어 재입원을 선택하는 상황도 적지않다. 지역사회의 빈약한 인프라 때문이다.
관련해 지난해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와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감염 환자가 20년 이상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대해 한 정신과 의사는 기자에게 “우리가 이탈리아를 따라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정신보건을 이야기할 때 이탈리아에서 1978년 제정된 ‘바살리아법’이 거론된다. 프랑코 바살리아가 주도한 정신병원 개혁운동의 결과인 이 법은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정신보건 정책 방향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는 정신장애인의 “자유가 치료”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정신병원에 이들을 대거 입원시켜 일괄 관리하는 방식 대신 지역에서 이들의 치료와 정착을 돕는 지역 돌봄 시스템을 정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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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는 입원에 집중돼 있는 현 정신보건 체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신 준비위원장은 “퇴원 후 주거지원 확대 등 이른바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연합회에는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대문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부산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7개소가 참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