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이동통신업계의 설비투자(CAPEX) 증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마케팅과 투자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무선사업의 수익성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네트워크 구축 투자를 더는 줄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올해 하반기 농어촌 5G 공동구축, 28GHz 주파수 할당 조건 등의 굵직한 투자비용 증가 이슈를 직면하고 있고,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투자를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와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하반기 최대 5조원대 설비투자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 5G 상용화 이후 2년간 투자 지속감소
이통 3사는 5G 통신 상용화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비용을 줄여왔다. 5G 2년차에 접어든 지난해에는 2019년 대비 이통 3사 연간 CAPEX가 1조원 이상 감소했다. 5G 상용화 첫해 3사 총합 8조7천870억 원 대비 약 17.8% 감소한 7조4천578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투자비용 감소는 비슷한 추세다. 지난 1분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각 1천650억 원, 2천849억 원, 3800억 원의 CAPEX를 집행했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1분기의 투자비용은 적은 편이지만, 전년과 비교할 때 SK텔레콤은 46.2%, KT는 28.9% 감소했다.
다음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CAPEX는 다시 전년보다 줄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까지 특수한 네트워크 추가 구축이 이뤄지지 않았고, 두드러지는 장비 발주도 없었다. 이와 같은 비용 통제 효과로 지난 1분기 통신 3사 영업이익 총합이 14분기 만에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2분기에는 1조1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네트워크 투자 확대요인 산적
수익성은 늘어날수록 5G 품질 이슈가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품질은 네트워크 투자 영향이 큰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연말 5G 가입자 수가 2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5G 네트워크 추가 구축을 외면하기 어렵다.
특히 9월부터는 이통 3사가 전국을 세 권역으로 나눠 농어촌 5G 공동구축에 나서는 만큼 고정된 투자 규모가 예정돼 있다. 농어촌 지역은 도심 지역과 비교해 트래픽 중심의 촘촘한 네트워크 구축은 아니지만 광범위한 지역의 네트워크 투자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부분이다.
품질 문제와 관련해 유선 분야의 투자 확대 요인도 발생했다. 최근 10기가 인터넷 속도 논란에 따라, 정부가 최근 초고속인터넷의 이용약관상 최저보장 속도를 30%에서 50%로 상향한 점도 투자 확대 요인이다.
통신업계 내에서 어떤 회사도 투자방향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28GHz 대역 주파수의 할당 조건에 따른 네트워크 구축도 일부 투자비용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초고주파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한 기술의 성숙도가 낮은 이유로 본격적인 네트워크 구축 투자가 미뤄지고 있지만 관련된 시범 서비스라 다수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비용을 마냥 아낄 수 없는 처지다.
이밖에 최근 KT가 시작한 5G 단독모드(SA) 역시 투자비용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LTE 기지국을 활용하지 않고 5G 네트워크 장비만 사용하는 SA 통신 방식에 따라 5G 무선국의 추가 구축이 필요하다.
즉, 연초에 제시한 올해 투자 계획의 상당 부분이 하반기에 집중될 것이란 뜻이다. 6월 말까지 3조원에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이통 3사의 상반기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 최대 5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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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가 올해 구체적인 CAPEX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신 전년 수준의 CAPEX 유지 방침을 밝혔다. 양사 합 5조1천억원 가량의 규모다. LG유플러스는 2조2천억원의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5G 통신 상용화를 서두르면서 투자비용이 초기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효율적인 투자비용 집행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필수적인 투자를 계속 미룰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