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보 걷기' 신화, 과학적 근거 있을까

출발은 일본업체들의 상술…"앉아 있는 시간 분산"도 중요

헬스케어입력 :2021/07/26 15:31    수정: 2021/07/26 15: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하루 1만보 걷기 신화’는 근거가 있을까?

건강 관리를 위해 하루 1만보 걷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피트니스 트래커(활동량 측정기) 등을 활용해 꾸준히 걸음 걸이 수를 측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하루 1만보 걷기는 실제로 건강 만병통치약일까? 

이 질문에 대해 미국 씨넷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하루 1만보 걷기’가 실제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사진=씨넷)

씨넷은 “사람마다 독특한 생활 스타일과 활동 수준, 목표가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그 정도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 미국 내과화학지엔 "1만보 신화는 과학적 근거 부족" 논문 실리기도  

그렇다면 보통 사람에겐 하루 1만보 걷기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수준일까?

베일러대학 건강, 인간성취 및 레크리에이션학과 폴 고든 교수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3천~6천보 가량 걷는다”면서 “여기에 30분 가량의 운동을 더하게 되면 1만보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계산을 토대로 고든 교수는 “하루 1만 보는 훌륭한 목표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활기찬 걷기(brisk walking)나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일주일에 최소 150분 정도는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달리기나 댄스 카디오 같은 격한 운동을 할 경우 일주일에 최소 75분은 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 보건복지부는 한 주에 두 차례 정도는 근력 운동을 하라고 권고했다.

최근 애플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하루에 걷는 걸음 수를 측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씨넷)

그렇다면 ‘하루 1만보 걷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왜 ‘1만보 걷기’가 건강의 척도인 것처럼 받아들여졌을까?

‘하루 1만보 걷기’는 일본 건강관련 업체들이 만든 신화에 가깝다고 씨넷이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피트니스 산업 관련 행사인 ‘무브먼트 바이 미첼롭 울트라’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얘기가 거론되기도 했다.

씨넷에 따르면 이 행사에 참석한 스포츠 의학 전문 물리학자인 조던 메츨 박사는 “1만보 걷기는 인위적인 숫자이다”면서 “일본 워킹 클럽들이 마케팅 슬로건으로 도입하면서 (1만보 신화가) 널리 유포됐다”고 지적했다.

2019년 미국 의사회 내과화학지에도 “하루 1만보 걷기가 건강에 꼭 필요하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하다”는 취지의 논문이 게재됐다. 다만 이 논문에서도 “많은 걷는 것이 사망률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 "하루 13시간 30분 이상 앉아 있으면, 1시간 운동효과 갉아먹어"

1만보 걷기가 인위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면, 어떤 활동 목표를 갖는 것이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해 씨넷은 “오히려 좀 더 많은 시간 동안 서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은 건강에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하루 동안 분산해서 활동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씨넷이 전했다.

씨넷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 주에 있는 메이오 클리닉은 이런 권고를 하는 대표적인 의료 기관이다. 메이오 클리닉은 “매일 적절한 양의 운동량을 권고받았을 경우에도, 앉아서 활동하는 시간을 분할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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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은 특히 너무 오랜 시간 앉아 있을 경우엔 신진대사 장애가 생길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될 경우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씨넷은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13시간 30분 이상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한 시간 가량 하는 운동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