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비상대책 아니라 일상이다

[이슈진단+] 끝모를 코로나19 팬데믹, 근무 형태 변화 고착화

컴퓨팅입력 :2021/07/13 18:24    수정: 2021/07/13 18:44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다시 일상화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사무실 복귀가 머지 않아보였지만, 급변하는 감염병 상황은 재택근무의 일상화를 예고하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많은 기업이 업무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며 재택근무를 주저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직장 내 감염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재택근무는 필연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생산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고, 교통비 지원이나 사무실 임대료 등의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점을 기업도 체감했기 때문이다.

(제공=이미지투데이)

UC 투데이에 의하면, 화상회의를 통해 출장 비용 등 기업의 비즈니스 운영 비용을 약 30% 가량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비, 주차지원비, 사무실 운영 비용, 사무실 확장 부담 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전직원의 재택근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구글은 재택근무를 20% 유지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주3회 사무실 출근 정책을 본사에 도입했고, 향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뿐 아니라 기업의 직원들도 변화했다.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직원들은 출퇴근 교통비 감소와 주요 도시 내집마련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최근 깃랩의 연간 원격근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직원들은 원격근무의 장점으로 생산성 증가를 가장 많이 택했다. 응답자의 42%가 생산성 증가를 꼽았고, 효율성 증가라 답한 비율은 38%, 동기부여라고 답한 비율은 31%였다.

깃랩 '연간 원격근무 보고서(Remote Work Report: The Future of Work is Remote)’

테크리퍼블릭에 의하면, 이동성 조사회사 캡릴로의 지난 3월 원격근무 이후 업무환경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북미지역 1천100명의 근로자 가운데 82%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직장의 변화를 경험했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전업 재택근무 중이며, 8.5%는 재택근무로 영구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8%는 원격 업무로 생산성 향상을 보였다고 답했으며, 87.4%는 향상된 생산성과 원격 근무의 광범위한 혜택을 지원하는 재택근무 여부가 향후 직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게 기록됐다. 응답자 중 65%는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재택근무를 유지한다면 급여를 삭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로 다른 지역대비 저렴한 생활비가 64%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51%는 더 좋은 날씨, 47%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38%는 스포츠 등 취미와 관심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재택근무를 선호했다.

하이브리드 업무방식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 업무 형태에 익숙해진 회사 구성원을 만족시키면서 기업의 비즈니스를 효율화할 방안이 필요해졌다.

특히 대면 업무에 따른 정성적 평가 위주로 이뤄지던 인사 시스템이 시급한 변화 대상으로 꼽힌다.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성과 중심의 평가제도를 얼마나 빨리, 제대로 마련하는가로 기업 생존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이사

알서포트 서형수 대표는 "재택근무 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불만이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기 모호하다는 것인데, 이는 성과 중심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하는 방식을 개혁해 모든 것을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하고 지속적이고 즉각적으로 평가하는 성과 중심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상회의 솔루션을 젝홍하는 알서포트는 이미 7년전부터 성과 중심 업무 평가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를 우선순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누고, 부서와 개인별로 프로젝트를 할당한 뒤 진행 상황별로 성과를 평가한다. 프로젝트 평가는 개인, 조직의 KPI와 별도이며, 프로젝트 시작과 종료를 기한으로 한다.

서형수 대표는 "일본지사는 성과 중심 평가를 올해부터 본사와 동일하게 시행했고,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성과를 창출하게 했다"며 "일본은 특히 위에서 지시하는 업무를 잘하는 반면 창의적으로 하는 일을 잘  안하는 경직된 문화가 있는데, 평가체계를 바꾸니 엄청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는 목표와 시점이 있어서 어떻게, 누구와 함께 하는가 등을 핵심으로 하며 시키는 일보다 직원 스스로 성과를 직접 만들어내는 자기중심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과 중심의 업무 평가는 1년 단위의 업무고과와 다르다. 완벽한 시스템화가 중요하기에 시나리오별 평가 기준과 방식 등이 완벽히 정리돼야 한다. 다면 평가를 감각에 기대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기준점을 설계하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서형수 대표는 일본 기업들에서 재택근무 실시 후 비효율적 업무의 존재가 컸다는 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재택근무 실시 후 업무의 20~30%가 줄어들었는데, 그만큼 쓸데없이 이뤄지던 업무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택근무는 이제 성장의 모멘텀으로 갈 큰 기회가 되고 있다"며 "그 기회의 문화를 시스템으로 만들지 못하는 회사는 더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 솔루션 시장에도 변화의 시기가 왔다.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졌던 화상회의 분야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재택근무 인프라의 1순위 투자처는 화상회의였다. 짧은 시간 안에 도입하다 보니 다수의 기업과 조직이 시중에서 가장 유명한 솔루션을 엄중한 검토없이 도입했던 게 사실이다.

화상회의 솔루션 도입 1년을 지나며 보안, 성능, 과투자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서형수 대표는 "재택근무 솔루션을 어떤 기준을 갖고 도입해야 하는가 고민을 다시 하게 되는 시점"이라며 "많은 전산 담당자가 보안, 레거시와 연동, 회사에 필요한 기능, 안정적인 기술지원 등을 두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시장의 경우 화상회의는 수년전부터 도입돼 확산된 것이고, 작년 오히려 원격제어 분야의 도입이 활발했다"며 "재택근무 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IT의 도움을 받아야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원격제어가 필요해진다"고 덧붙였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직원의 웰빙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업무동향지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46%가 재택근무 후 동료와 소통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58%는 재택근무 피로감을 호소했고, 50%는 동료와 대면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답했다.

원격 협업이 대면 협업 보다 더 많은 피로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업무동향지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에 맞춘 새 근무 지침을 내놨다. 자율적 업무 환경과 직원 웰빙에 초점을 맞췄다.

조직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내 직원의 유기적 연결로 사내 정보를 공유한다. 직원의 지식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개인화된 교육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업무 흐름에 맞춘 전사적 교육도 지원한다. 직원의 건강과 행복 등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연속적 회의 시 중간에 짧은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기능을 아웃룩에 추가하고, 사내 데이터를 분석해 직원의 업무 습관을 개선하는 한편 과도하게 일이 몰리면 개발자가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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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IT가 업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AI를 접목하면서 인간 중심의 도구로 IT가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근무 중이라도 조직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항상 연결돼 있다고 느끼도록 메타버스가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