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12조 규모 '제다이 사업' 왜 취소했나

소송 장기화로 사업 불투명…기술 상황 달라져 원점 재검토 가닥

컴퓨팅입력 :2021/07/07 14:32    수정: 2021/07/07 15:5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약을 알 수 없는 긴 소송전 때문에 앞날이 불투명했던 미국 국방부의 제다이(JEDI, 합동방어인프라) 프로젝트가 결국 취소됐다.

국방부는 대신 ‘합동전투원 클라우드 역량(JWCC)’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다시 기회를 줬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6일(현지시간) 제다이 프로젝트를 취소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 선정 직후부터 소송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혼란을 몰고 왔던 제다이 사업은 19개월 만에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국방부가 제다이 프로젝트를 취소함에 따라 지난 5일 제프 베조스에 이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앤디 재시는 큰 선물을 받게 됐다. AWS는 MS와의 사업권 경쟁에서 패배했었다. 

(사진=미국 국방부)

소송 계속되면서 수 년 동안 불확실한 상태 지속 

제다이는 미국 국방부의 IT 인프라 현대화 사업이다. 향후 10년 동안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사업이다. 국방부는 2019년 4월 AWS와 MS를 최종 경쟁자로 선정한 뒤 그 해 10월 MS를 최종 낙점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채 시작도 하기 전에 소송전에 휘말렸다. AWS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면서 연방청구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 감찰국이 지난 해 4월 “제다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 백악관이 영향을 미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긴 했지만 공방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특히 감찰국은 313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백악관 관계자의 협력이 제한적이어서 윤리적 비리 혐의에 대해 완전하게 살펴볼 수 없었다”고 밝혀 조사 결과에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연방청구법원에서 시작된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수 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제다이 프로젝트가 수 년 동안 공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특히 연방법원이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정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기각할 수 없다"고 밝힌 점도 불안 요소로 꼽혔다.

뉴욕타임스는 “연방법원의 이 판결은 국방부가 계약을 털고 나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 국방부는 계약이 지연될 경우 국가 안보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 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공방이 직접 당사자였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점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업 지연되면서 기술적인 상황도 크게 달라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국방부 제다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공방을 조사한 끝에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첫째. 제다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수 년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제다이 프로젝트의 기술적인 개념이 벌써 시대에 뒤진 것이 돼 버렸다.

그 동안 단일 클라우드 사업자를 선호했던 정부 기관들이 이젠 복수 서비스 제공자를 선정하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정보국(CIA)이다.

아마존 본사 사옥

군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육군, 해군, 공군 등이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 년 동안의 법정 공방에서 승리하더라도 기존 사업을 계속 추진할 유인이 별로 없는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인 데다 기술적인 문제까지 안고 있는 만큼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는 ‘제다이 취소’ 발표를 하면서도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새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되며, 제다이와는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아마존·MS, 국방부 결정 이해 논평…반응은 달라  

제다이 프로젝트에서 탈락했던 아마존은 “국방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동의한다”고 논평했다.

아마존은 또 “불행하게도 제다이 프로젝트는 제안서의 장점보다는 정부 조달과는 관계 없는 외부 영향에 따라 결정됐지만, 우리는 국방부의 현대화 노력을 계속 지원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MS는 “제다이 계약을 취소한 국방부 결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제다이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개혁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MS는 “어떤 회사가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중요한 기술 업그레이드 작업을 수 년 동안 지연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항의 절차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소송이 (제다이 취소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고 밝혔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달라진 기술 지형 때문에 진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