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잠룡들이 저마다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더십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역사 속 인물 중 한 명을 차기 대통령으로 영입할 수 있다면? 여러 난제들이 얽혀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잘 이끌 인물로 누가 가장 적당할까?
이 질문을 받으면 다양한 역사 속 위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정치, 경제, 교육, 금융 등 다방면에 정통한 후보로 첫 번째로 꼽힐 후보가 다산 정약용이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쓴 소설 ‘대통령 정약용’은 이런 기발한 상상을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이다. ‘조선의 다빈치’ 정약용이 타임슬립해 대통령에 당선되고, 신명나게 개혁 돌풍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리셋한다는 내용이다.
소설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실제 역사에서 정약용은 1818년 18년간의 긴 유배에서 풀려나 귀향길에 오른다. 그사이 주군 정조대왕이 세상을 떠났고, 평생의 벗이었던 형님 정약전마저 유배지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여기서부터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한다. 정약용은 하룻밤 새 204년 뒤 대한민국으로 타임슬립한다. 옛사람 정약용의 눈에 비친 2022년 대한민국은 경이로움 자체였다. 스스로 바퀴를 굴리며 달리는 차, 세계와 각종 정보로 향하는 손안의 스마트폰, 소프트 파워가 중요한 데이터 대항해 시대. 조선 최고의 혁신적 실학자 정약용의 눈에도 모든 게 신기했다.
그런데 현실 정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지럽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국민들은 정약용에게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간구한다. 국민 염원을 받아들인 정약용은 젊은 인재 18인과 함께 대한민국을 거침없이 혁신한다는 게 이 소설의 기본 줄거리다.
대통령 정약용은 벤치마킹할 여러 나라 사례들을 철저히 공부하고, 국민들의 지혜를 모은 뒤 ‘실학21’이란 최고 정책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설계해 나간다.
‘대통령 정약용’은 21세기가 갈구하는 대한민국의 리더상을 소설로 풀어낸 작품이다. 실제로 소설 속에선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방안들은 그냥 작가적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ICT 분야에 정통한 저자의 전문 지식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저자 윤종록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4차 산업혁명과 소프트파워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저자는 이런 풍부한 지식과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해 멋진 소설로 만들어냈다.
‘대통령 정약용’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소설 속 정조의 개혁 정책인 ‘실학21’이다. 다산의 실학을 21세기에 맞게 재해석해주고 있는 이 정책은 정치부터 교육, 경제, 농업 생명과학, 금융·제도, 국방까지 완벽하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탄생시킬 비책으로 제시돼 있다. 정약용 대통령 취임사의 핵심 키워드를 ‘데이터 대항해 시대’와 ‘소프트파워’를 잡은 것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정약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양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한국에는 정약용이 있다고 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거중기를 고안하고 자발적 유급 노동 방식으로 수원화성 축성에 소요되는 13년 공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혁신을 이뤄냈으며, 조선의 갈 길을 실학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정했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포’ 등 2서 1표를 비롯한 509권의 책을 쓰고 2,500수의 시를 남겼다.
초인적 힘으로 사회 혁신의 메시지를 남긴 정약용. 그를 현대로 다시 불러온 ‘대통령 정약용’은 정치의 시대를 사는 요즘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정약용의 흥미진진한 타임슬립 모험을 통해 21세기 리더십에 대한 갈증을 풀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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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을 21세기로 다시 불러낸 저자 윤종록은 정약용 어머니 가문의 후손이기도 하다.
(윤종록 지음/ 행복한북클럽,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