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제2 판교에 AI허브 조성"

[인터뷰] 연내 자율차 상용화..."디지털 전환으로 경기도 경쟁력 높일 것"

인터뷰입력 :2021/06/30 07:58    수정: 2021/06/30 07:59

"미래비전 큰 틀은 잡았다. 시대적 대전환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전체를 디지털화하고,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을 해나가며, 여기에 맞춰 사회적 제도를 고치고 약자를 보호하는 그림이다."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은 29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적 디지털 전환으로 경기도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2019년 9월 도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미래성장정책관 직을 신설했다.

초대 미래성장정책관은 디지털 전문가인 임문영 전 경기도정보화정책관이 선임됐다. 임 정책관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의미로 민간 출신 공무원을 말한다)'이다. 한국PC통신(현 KTH)과 나우콤 창립 멤버, iMBC 미디어센터장, 국회 온라인뉴스 편집장 등을 거쳐 경기도 정보화정책관을 지냈다. 4차 산업혁명 대표주자인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데이터가 그의 소관이다. 뿐만아니라 게임과 창업, 과학기술도 맡고 있다. 아래는 임 정책관과 일문일답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민간 출신 디지털 전문가로 도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

-경기도의 초대 미래성장정책관이다.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경기도가 2019년 9월 신설했다. 과거에는 정보화라고 하면 업무를 정보화하거나 디지털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뒀다. 90년대 정보화가 그랬다. 지금은 산업과 사회로 넘어와 산업과 사회전체의 디지털화가 화두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가 만든게 미래성장정책관이다.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이른 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사업을 시행하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경기도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게임산업도 관할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최근 우리 국 소관이 됐다. 게임을 산업으로 봐 우리 국 업무가 됐다. 이전에는 문화 쪽에서 담당했다. 게임 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데이터도 우리 국 소관이다. 우리 국은 산업단지나 자동차, 반도체와 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게 많다(웃음). 전통 산업을 담당하는 다른 국에 비해 인원과 조직이 작지만 우리는 미래를 책임진다(웃음)."

-미래성장정책관이 되기전 정보화정책관으로 근무했는데...

"경기도의 정보화정책관으로 일하면서 깜짝 놀란게 있다. 경기도 인구는 1300만이 넘는다. 서울보다 300만명 이상이 많다. 중소기업 수도 전국에서 최고로 많다. 이런 경기도에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더라. 업무용 공간을 개조한 전산실을 1989년부터 30년 넘게 쓰고 있더라. 도지사에게 보고해 데이터센터를 만들자고 했고, 허락을 받았다. 최근 통합데이터센터 설립 용역이 발주됐다. 당초 신축을 생각했는데 도청 이전 이슈도 있어 도청 제3별관을 리모델링해 쓰기로 했다. 경기도가 예산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도 예산 대부분이 시군에 내려간다. 그럼에도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통합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신설 조직인데 미래성장정책관으로 일해보니 어떤가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했다. 미래성장정책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70명 쯤 된다. 두달전 창업지원과도 우리 국 소관이 됐다. 산업단지나 전통산업인 반도체, 자동차를 담당하는 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고민 끝에 우리가 할 첫번째 일로 미래 비전 발굴을 꼽았다. 그러려면 산업트렌드와 기술 변화를 알아야 한다. 국 차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기술동향 모니터링 보고서를 매일 만들어 공유했다. 직원들이 처음에는 용어도 낮설고 힘들어했다. 특히 일반 행정직이 당황스러워했다. 우리 부서는 기술직과 전산직, 행정직이 섞여 있다.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았다.

-도의 미래 비전은 그렸나?

"작년초까지 어느 정도 그렸다. 그런데 코로나 이슈가 터졌다. 이후 우리 국 1순위도 코로나 대응이 됐다. 경기도가 오죽 넓은 가. 와중에 돼지열병에도 대응해야 했다. 이래저래 1년을 코로나 대응 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하지만 미래비전 큰 틀은 잡았다. 시대적 대전환이 큰 주제다. 이 안에 디지털 전환과 기후환경 대응 에너지 전환, 과학기술 기반을 녹였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위에 산업 전체를 디지털로 바꾸고, 기후환경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을 시행하고, 여기에 맞게 사회 제도를 만들고 약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큰 그림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외치는 '더 나은 재건'과 비슷하다.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새로운 전환, 즉 피봇팅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선두에 서야하고 과학기술 기반 정책을 펼쳐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경기도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

-디지털 전환이 성공하려면 결국 CEO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임이 필요하다. 도지사와는 얼마나 자주 만나나

"중요한 사항은 수시로 보고한다. 도지사가 직접 물어오기도 한다. 얼마전에도 우주정책은 잘 돼가는지, 경기도 우주산업 현황은 어떤지 묻더라. 경기도도 우주산업을 한다. 국내 우주 관련 기업 3분의 1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축소판이다. 바다도 있으니, 육해공이 다 있다. 또 판교처럼 성장 도시도 있고, 쇠락 도시도 있다. 여기에 삼팔선도 있고 휴전선도 있다. "

-도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은 어떤가? 도청 조직도를 보니 AI산업전략관이 따로 있던데...

"AI산업전략관은 지사를 보좌하는 참모라인이다. 반면 우리 국은 실무와 집행 조직이다. 최근 AI와 관련해 대형 국비 사업 두 개를 땄다. 두 사업을 합치면 규모가 1000억 원에 육박한다. AI 3대 요소가 컴퓨팅 파워와 알고리즘(인재), 데이터다. 컴퓨팅 파워는 정부가 광주에 지원해줬다. 인재는 대학에 있다. 그럼 데이터는 어디에 있나? 데이터는 기업들한테 있다. 기업이 제일 많은 게 경기도다. 도에 있는 기업들에게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팅 파워와 기업을 연결할 거다. 이와 관련해 제2 판교에 건물 하나를 매입해 AI허브로 조성할 계획이다. AI클러스터는 아니다. 클러스터는 옛날 제조 개념으로 공간을 묶는 거다. 지금은 네트워크 시대다.

공간을 묶을 일이 뭐가 있나. 데이터 활용 능력을 키워주고 유통되게 하는게 우리가 할 일이다. 실리콘밸리처럼 되려면 대학과 기업이 함께 어울려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수도권 규제로 이게 안된다. 미래 지향적 산업은 선택과 집중으로 강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도의 데이터 정책을 설명해 달라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내부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키우는 거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를 기업이나 산업에서 잘 활용하게 하는 거다. 내부 활용 부분의 구체적 예는 지역 화폐다. 경기도는 지역화폐 데이터로 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시행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선정됐다. 데이터는 신기한게 모으면 모을수록 힘이 되고 아무리 퍼가도 줄어들지 않는다. 예전 대통령 앞에서 각 광역시도 자치단체장들이 디지털 뉴딜 차원에서 지역 뉴딜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때 경기도는 데이터를 이야기했다. 경기도는 세계 최초로 데이터 배당을 실시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데이터 발굴에 앞서고 있다. 데이터로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한 좋은 예가 판교 자율주행센터다. 레벨4급 무인자율차가 시범 주행하면서 좋은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있는데 이를 다 공개하고 있다."

-판교서 시범 운행하고 있는 무인자율차는 언제쯤 상용화가 가능한가

"올해안에 상용 서비스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1판교와 2판교를 돌아다닌다. 최근 실증사업 지역으로 지정돼 상용서비스가 가능해 졌다. 몇 개 기업이 이 사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세종시가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무인자율차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우리가 더 클 듯 하다."

-도의 클라우드 경쟁력은?

"도가 자체적으로 하는 클라우드 산업은 없다. 많은 민간기업이 경기도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하는 거 같다. 인프라를 짓는 건 굳이 도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AI와 데이터가 클라우드와 뗄레야 뗄 수 없으니 클라우드 분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작년에 4차산업혁명 체험 행사인 '퓨처쇼'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도 하나?

"작년에 처음으로 시행했다. 정식 이름은 '퓨처쇼 2020'이였다. 올해도 한다. 일반적 기술 전시회는 컨벤션센터에서 관심있는 사람만 가서 본다. 재래시장 상인이나 소상공인, 어르신, 지역 주민, 사회적 약자 등은 이런 첨단 기술을 볼 기회가 적다. 그래서 만들었다. 재래시장 같은 현장에서 직접 4차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보여주는 현장 체험 행사다. '로드쇼' 형태로 열린다. '도보산책형 전시회'라 이름 지었다. 산책하듯이 와서 신기술을 체험하라는 거다. 작년 10월 의정부 재래시장 인근에서 처음으로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어떤 어르신은 "강남에서만 하는 행사인줄 알았는데 의정부에서 이런 행사를 처음봤다"며 좋아했다. 올해는 8월 쯤 시흥시에서 할 예정이다. 지역 상가와 이야기중이다."

-창업도 총괄하고 있다. 경기도의 창업 현황과 인프라는 어떤가

"창업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지자체가 경기도다. 창업 갯수가 중요한 건 아니다.  성장과 키우는 창업이 돼야 한다. 경험없는 학생들을 독려해 창업하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투자를 지원하고 시장을 만들어주고 네트워킹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유니콘이 나온다. 경기도는 이런 방식의 창업 지원을 할 생각이다. 창업지원 업무가 우리 국 소관이 된 게 두달밖에 안됐다. 시군 도움을 받아 스타트업의 공간 입주 방식 먼저 개선할 생각이다."


임문영 미래성장정책관은 누구?...테크니컬 라이터 효시인 디지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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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레지오 고등학교와 연세대 정외과(85학번)를 졸업했다. 동 대학 언론홍보대학원 석사와 호서대 기술경영전문 대학원 박사를 받았다. 연세대 대학 신문인 연세춘추 편집국장을 지냈다. 대학 졸업후 하이테크정보세계라는 IT미디어에서 잠깐 기자생활도 했다. 그가 '정보화'에 빠져 든건 1986년이다. 집(광주광역시)에 가는 고속버스를 타기 전 서점에서 우연히 산 앨빈 토플러가 쓴 책 '권력 이동(파워시프트)'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운동권이었던 그는 "세상을 바꾸는 건 정보화"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아이 오프닝'을 한 것이다. 서울에 올라오자 마자 그는 컴퓨터 학원에 등록해 컴퓨터를 배웠다. 당시 타자기가 기계식이였는데 타이핑을 하도 해서 손목에 붕대를 감을 정도였다. 

테크니컬 라이터 효시인 임문영 정책관.

연세 춘추 편집 국장을 지낸 글쓰는 능력에 컴퓨터까지 섭렵한 그는 한국PC통신 회사에 들어가 '물만난 고기'가 됐다. 당시 한국PC통신은 하이텔이라는 PC통신을 운영했다. 그가 한국PC통신에 들어갈때 면접관이 당시 하이텔 사장으로 작고한 남궁석 전 과기정통부 장관이다. 그의 능력을 바로 알아본 남궁 사장은 면접 자리에서 즉시 임 정책관에게 "들어와서 일하라"고 했다. 한국PC통신에 들어간 그는 하이텔 소식지 '꿈따라'와 ‘하이텔 길라잡이’를 썼고, 이는 우리나라 테크니컬 라이터의 효시가 됐다. 길라잡이라는 표현도 그가 처음 썼다. 하이텔에서 2년 근무후 나우콤(현 아프리카TV) 창업 멤버로 스카우트된 그는 이 곳에서 7~8년 있으며 인터넷 팀장 등을 거쳤다. 이후 iMBC로 이직해 미디어센터장 등을 지냈다. 국회서도 일했다. 뉴스를 만드는 국회뉴스ON 편집장으로 2년 정도 있었다. 이어 성남시 정책보좌관,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 4차산업혁명특위 수석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호흡을 맞췄다. 2019년 1월 경기도 정보화정책관이 됐고 같은 해 9월 경기도의 첫 미래성장정책관으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