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악! 출금 수수료만 4만원"...비트코인 결제 해보니

"아직은 시기 상조...그래도 미래는 밝다"

컴퓨팅입력 :2021/06/30 07:54    수정: 2021/06/30 15:14

국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이 비트코인 결제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 전국 편의점, 피자헛, 할리스커피, 교보문고, CGV 등 7만 개 페이코인 가맹점에서 바로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비트코인 결제는 지난해 말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든 글로벌 핀테크 업체 페이팔도 아직 준비 중인 서비스다. 페이코인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은 글로벌 암호화폐 결제 산업을 선도하는 행보라고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비트코인 결제가 확산되려면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기자가 실제 페이코인 앱을 이용해 비트코인 결제를 시도해보니 '굳이 비트코인을 써야하나'란 회의감이 드는 순간을 각 단계마다 마주했다.

비트코인 잔고를 보유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쳐야 한다는 제약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시작됐다. 복잡한 사용자 경험(UX)은 참고 견딜만 했지만, 거래소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가 4만원이 넘고 비트코인 전송에 1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은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다만, 이런 문제들은 거래소를 거쳐야 한다는 한계 때문에 생기는 것인 만큼,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에서 비트코인 간편 구매가 가능해지면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암호화폐를 이용한 서비스들이 거래소로 규제받지 않고도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 업권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 전송하고, 바꾸고'...복잡한 과정에 결제하다 지친다

이번 페이코인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은 정확하게 표현해 '비트코인 전환 지원'에 가깝다. 페이코인 앱에서 비트코인을 페이코인(PCI)으로 현재 시세에 맞춰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게 해, '비트코인을 활용한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활용한 결제를 이용하려면 ▲페이코인 앱에서 비트코인 지갑 생성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 ▲거래소 지갑에서 페이코인 지갑으로 비트코인 전송 ▲페이코인 앱에서 비트코인을 PCI로 전환까지 4단계 이상을 거쳐야 한다.

만약 거래소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거래소와 제휴 관계에 있는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소 계정부터 만들어야 하니, 비트코인 결제 전 준비 단계가 훨씬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페이코인 앱 사용자들은 이미 암호화폐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으니, 거래소 가입이 큰 허들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거래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사용자 경험을 복잡하게 만들지만, 현재 법규제 상황에서 다른 방도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페이코인 앱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이용자가 PCI로 전환는 과정은 꼭 필요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용자는 비트코인으로 바로 결제하고, 서비스 뒷단에서 시세에 맞춰 자동으로 PCI로 정산하면 더 간편하지 않았을까.

이 같은 UX에 대해  페이코인 관계자는 "비트코인으로 바로 결제할 경우 이용자가 PCI 용처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떨어지는 등 PCI의 활용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UX다"고 설명했다.

0.001비트코인을 전송해 18.5개 PCI로 전환했다. 다음날 PCI 가격이 올라 보유하고 있는 잔고가 9천900원에서 1만1700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0.001비트코인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0.0009 수수료를 지불했기 때문에 손해를 봤다.

4만원 수수료내고 1시간 30분 기다려 비트코인 받을 사람 있을까?

비트코인 결제를 중도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허들은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지갑에 있는 비트코인 외부 지갑(여기서는 페이코인 앱)으로 전송할 때  거래소 마다 0.0009~0.00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약 4만원 상당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한다면 매수금액의 0.025%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페이코인 앱에서 다양한 결제 할인을 제공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더 큰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4만원을 공중에 날리면서 비트코인을 페이코인으로 전송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 남는다.

느린 비트코인 전송속도도 즉각적인 이체 경험에 익숙한 사용자들 입장에서 중대한 결격사유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전송하고 페이코인 앱에 들어오기까지 한시간 반 이상이 걸렸다. 

왜이렇게 전송이 느릴까?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이중지불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6컨펌 이상 거쳐야 해당 거래를 신뢰할 수 있는 상태로 본다. 1컨펌이 10분이라 산술적으로만 봐도 1시간을 기다려야하고, 네트워크가 붐벼 지연이 생기면 더 오랜시간 걸리기도 한다. 즉, 비트코인을 미리 충전해 놓지 않았다면 급하게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쓸 수 없어 보인다.

탈중앙 금융의 상징 '비트코인 결제', 아직은 시기상조...그래도 미래는 밝다

비트코인을 PCI로 전환한 이후 사용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편의점에서 '바코드로 결제할게요'하고 페이코인 앱에서 바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됐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PCI로 바꾸는 과정이 번거롭고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을 활용한 결제는 다시 이용할 일 없을 것 같다. 거래소를 거쳐서 비트코인을 사오면 생기는 문제와 더불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결제가 PCI 결제보다 매력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PCI를 이용한 결제는 할인혜택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가격이 내렸을 때 사놨다가, 가격이 올랐을 때 사용하면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어차피 비트코인을 다시 PCI로 전환해야 사용하는 거니까, 차라리 PCI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저렴한 방법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결제가 확산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페이코인앱 등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에서 비트코인을 바로 구매할 수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페이코인이 비트코인을 어느정도 보유하고 있으면서 구매 요청이 오면 판매하고, 사용자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이용해 결제하면 뒷단에서 PCI로 정산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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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비트코인과 페이코인 간 전환에 수수료도 들지않고 속도도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히 원활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용성 개선을 위해서는 가상자산 업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페이코인 관계자는 "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페이코인 앱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방법도 찾고 있지만 현재 법규제로는 리스크가 크다"며 "가상자산 업권법이 마련되고 규제가 명확해지면 추후에 서비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