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미의 전자談] 삼성 뗀 '비스포크', LG 단 '오브제'...왜?

삼성·LG전자 가전 브랜드 전략, 어떻게 달라졌나

기자수첩입력 :2021/06/28 09:22    수정: 2021/06/28 09:30

'예쁜 가전' 전쟁 시대입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와 LG전자 ‘LG 오브제컬렉션’이 대표적인데요, 전통적 라이벌인 ‘비스포크’와 ‘LG 오브제컬렉션’은 자주 비교됩니다. 저도 두 브랜드를 견주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삼성 비스포크’가 아닌 ‘비스포크’일까요. ‘오브제컬렉션’이 아닌 ‘LG 오브제컬렉션’으로 명명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 삼성 가전, 이제 ‘삼성’ 떼도 된다

삼성전자는 ‘지펠’과 ‘하우젠’ 등 가전 독립 브랜드를 운영했지만 2010년대로 들어서며 독립 브랜드를 줄이고 ‘삼성’ 브랜드를 강조하는 식으로 마케팅을 펼쳐왔습니다. 실제로 2017년 김치냉장고 '지펠 아삭'이 '김치플러스'로 바뀌면서 지펠 브랜드가 붙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은 사라지게 됩니다.

삼성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사진=삼성전자)

하지만 ‘비스포크’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를 공개했습니다.

비스포크란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하는 말인데, ‘되다(BE)’와 ‘말하다(SPEAK)’라는 단어의 결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소비자가 말하는 대로 제품 타입, 소재, 색상 등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비스포크’ 가전의 누적 출하량은 100만대(2019년 5월~2020년 12월 기준)를 돌파했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비스포크 냉장고. 출시 6개월 만에 삼성전자 국내 냉장고 매출의 50%를 넘어섰으며, 작년 말 기준 약 67%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비스포크 가전을 확대 출시한다. (사진=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흥행에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콘셉트를 생활가전 제품 전체로 확대한 개념인 ‘비스포크 홈’을 선보이며 비스포크 플랫폼을 타 제품 카테고리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에서 삼성을 뗀 것은 비스포크가 기존의 삼성 브랜드를 강조하는 전략을 능가할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LG=가전, 이제 ‘LG’ 붙여야 산다

과거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정반대의 전략을 펼쳤습니다. LG전자 제품임을 강조하기보다 '디오스'나 '트롬', '휘센' 등 독립 브랜드를 내세운 겁니다.

LG전자는 1998년 디오스 냉장고를 출시하며 디오스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가 대성공을 거두며 LG전자는 2005년 주방가전 전체로 디오스 브랜드를 확장했습니다. 냉장고 뿐만 아니라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 광파오븐 등 다양한 주방가전에 디오스 브랜드를 적용했습니다.

디오스를 포함한 각 독립 브랜드는 LG전자와는 또 다른 전문적인 이미지를 구축해가며 가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러면서 LG전자에 대한 전반적인 브랜드 인지도도 상승했습니다. LG전자는 올 1분기 기준으로 월풀 매출을 따라잡으며 글로벌 1위 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관련기사

LG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풀라인업. (사진=LG전자)

이처럼 사정이 달라지며 LG전자는 'LG 디오스'같이 회사 이름과 제품별 브랜드를 함께 쓰기 시작합니다.

'LG 오브제컬렉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0월 LG전자는 새로운 공간 인테리어 가전 브랜드인 ‘LG 오브제컬렉션’을 런칭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오브제컬렉션이 아닌 LG 오브제컬렉션입니다. LG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의 시너지를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LG 브랜드가 그만큼 대외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입니다. LG전자는 다음달 31일자로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정리합니다. 따라서 이제 'LG'라는 브랜드는 B2B를 제외한 B2C 소비자 접점에서 가전과 직결됩니다. '가전은 역시 LG'라는 오랜 광고 카피처럼 이제 LG 이름없는 가전은 의미가 없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