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60개 그룹 총수 10명 중 6명은 대표이사 명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총수 임원 현황 분석’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23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 원 이 넘는 그룹으로 지정한 71곳 중 자연인 동일인(총수)을 두고 있는 60곳이다.
조사 결과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국내 60개 그룹 총수가 해당 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인원은 모두 2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CEO에 해당하는 대표이사 직함이 없는 그룹 총수는 61.7%를 차지했다.
하림 그룹 김홍국 회장인으로 4개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세 곳의 대표이사다. 현대차 정의선 ·한진 조원태·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등은 계열사 2곳에서 대표이사를 맡았다.
법적인 문제로 구속 수감 중이어서 현실적으로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는 총수 유형도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부영 이중근 회장,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이 여기에 속한다. 과거 구속 수감된 전례가 있는 CJ 이재현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은 당시 사정으로 등기임원을 내려놓은 이후 아직 대표이사 등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미등기임원 회장 등으로 그림자 경영을 하는 총수 유형도 존재한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 이랜드 박성수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삼천리 이만득 회장,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 유진 유경선 회장, 대방건설 구교운 회장 등이 미등기임원이다.
대표이사 타이틀이 없는 37명의 총수 중에서도 21명은 다른 사내이사 직함도 따로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60명의 총수 중 35%는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수 없다.
사내이사 명함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룹 총수는 SM(삼라마이다스) 그룹 우오현 회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 회장은 대한해운, 경남기업, 대한상선, 우방산업 등 현재 12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 장형진 회장 5곳,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 4곳 순으로 사내이사 직함이 많았다.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애경 장연신 회장도 사내이사를 3곳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처럼 등기임원이면서 이사회 의장도 함께 겸임하고 있는 총수는 20명으로 조사됐다. 넷마블 코웨이 방준혁 의장은 계열사인 코웨이에서도 사내이사를 겸임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이사회 의장직도 함께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은 각각 현대자동차와 (주)LG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현대차 정 회장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기아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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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너 경영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을 맡으며 책임 경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룹 오너가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려는 사례도 일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