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돌아온 P&I, 주요 업체 불참 속 명맥 유지 안간힘

카메라·렌즈 체험 코너 사라지고 판매·강의·전시 부스만 남아

홈&모바일입력 :2021/06/17 17:08    수정: 2021/06/17 17:18

P&I 2021 행사가 진행중인 서울 코엑스 A홀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P&I 2021 행사가 진행중인 서울 코엑스 A홀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지난 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됐던 국내 최대 규모 사진/영상 전시회인 서울국제사진영상전(이하 P&I)이 2년만에 돌아왔다. 올해 행사는 1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4일간 진행된다.

그러나 올해 행사는 주요 글로벌 카메라 제조사와 렌즈 유통·제조사 등 주요 업체가 일제히 불참해 '국내 유일 행사'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졌다. 총 600여 개 부스가 개설되었던 2019년 대비 행사 규모도 25% 수준으로 줄었다.

■ 관람객 신원 확인·방역 조치는 '합격점'

P&I는 매년 상반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지난 해는 4월 말부터 4일간 일정으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17일 개막한 P&I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문진표 작성, 전화를 이용한 방문객 등록, 입장시 키오스크를 이용한 발열 측정, 개인별 바코드를 이용한 출입 기록 관리 등이 진행됐다.

주최측은 발열 확인·신원 확인·출입자 관리를 강화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행사장 입구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17일 기준) 동시 입장 가능한 인원을 안내하는 한편 내부에서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운영하던 카페도 올해는 없앴다. 여기에 운영 요원이 행사장을 순회하며 수시로 거리두기를 환기했다.

■ 카메라 빠진 '사진영상전'...판매 부스 위주 구성

올해 P&I는 예년과 달리 캐논, 니콘, 소니 등 주요 카메라 제조사 국내 법인은 물론 세기P&C, 삼양옵틱스 등 주요 카메라 렌즈 제조사 등이 모두 불참했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직접 참가하는 대신 총판 한 곳을 내세워 판매 부스를 차리는데 그쳤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직접 참가 대신 판매 부스만 개설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동안 P&I에 '엉뚱한 사진관' 등 관람객 참여 부스로 출전했던 올림푸스한국은 지난 해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하며 불참했다. 벤큐코리아 등 사진 보정과 편집에 필수적인 전문가용 모니터 업체도 올해는 참가하지 않았다.

161개 부스 중 상당수는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 조명 등 액세서리와 1인 미디어용 영상 장비 판매 업체에 돌아갔다. 사진이나 영상과 관계 없는 수입 과자나 드론 등을 판매하는 업체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각종 기기 판매 업체가 주를 이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결국 올해 행사는 '사진영상전'을 표방했지만 이름과는 무색하게 카메라와 렌즈를 체험하거나 관람할 수 없는 행사가 된 것이다. P&I 주최 측은 예년 대비 남은 공간을 1인 미디어 유료 강좌와 각종 사진 전시 등에 배당했다.

■ 카메라 관련 업체들, 교차감염 우려에 출전 포기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카메라 제조사 국내 법인 관계자는 행사 불참 이유에 대해 "제품 체험으로 인한 코로나19 교차감염 우려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이 카메라와 렌즈 등을 손으로 만지는 과정에서 교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매년 일본 카나가와 현 요코하마 시에서 개최되는 사진·영상 분야 전시회 'CP+ 2021' 역시 이런 난점으로 오프라인 행사 진행을 포기한 바 있다.

주요 카메라 업체들은 제품 체험시 발생할 수 있는 교차 감염을 우려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2019년까지 전문가용 장비로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도 "주요 카메라 업체가 불참하면 그만큼 주목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참가비 대비 효과가 떨어져 올해는 참가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 수요가 감소하며 카메라에 대한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지난 5월 중순경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다.

■ 올해는 파행 불가피..내년도 '오리무중'

매년 하반기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포토키나', 혹은 2월 말경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CP+' 등 사진 박람회는 사진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나 전문가가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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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업체들이 불참하며 생긴 공백을 사진 전시 공간 등이 채웠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반면 P&I는 최근 몇 년간 전시와 체험이 아닌 할인판매 행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주요 카메라 업체들이 불참시 파장을 우려해 꾸준히 참가하며 구색을 맞춰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취재에 응한 국내 주요 카메라 업체 관계자들은 "올해와 달리 백신 접종 확대와 확진자 수 감소 등이 예상되는 내년에도 오프라인 행사 참가 여부를 확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파행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