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변화 속도 빠르지만…규제 개선속도는 너무 느려"

대한상의, '제5차 미래산업포럼'서 자동차 산업 미래 준비 실태점검

디지털경제입력 :2021/06/17 09:52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자동차산업의 변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그런데 기술 개발과 산업구조 전환을 제약하는 규제환경 개선은 너무 느리다. 이러다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 아닌지 두렵다.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내연기관 부품에서 미래차 부품업체로 전환을 준비해야 하지만 부품 1개 개발하는 데 평균 4~5년의 기간과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영세한 부품업계 실태를 감안하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오전 서울 상의회관에서 '제5차 미래산업포럼'을 열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현황을 점검하고, 정부에 과감한 정책 지원과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이날 포럼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윤석현 현대자동차 전무 등 관련 기관·업계 전문가 10여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선 당면한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한 자동차업계의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할 제도와 정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례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OTA(Over-The-Air programming) 기능을 통해 무선으로 차량 성능을 개선하고 시스템 오류를 잡아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반면에 국내에선 지정된 장소 외에서 정비는 불법이라 관련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임시 승인을 받았지만, 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다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상의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제5차 미래산업 포럼' 모습. 사진=대한상의

이제원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준비-실행-확산-정착의 4단계 중 2단계인 실행(Doing)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타 업종에 비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력을 일찍 시작 했지만, 자동차 개발·생산·판매가 수직으로 이어지는 국내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급격한 기술변화와 업종간 융복합에 신속히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이른바 'CASE(커넥티드·자율주행·공유차량·전기차)'로 대표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평가다.

이 파트너는 "자동차산업은 지난 한 세기 넘게 담당해온 수송 기능을 뛰어넘어 탑승객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산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글로벌 IT기업과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만들어 나갈 때"라고 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자동차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 산업의 0.5%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고, 실제 생산에서도 직접배출(17.2%)보다 간접배출(82.8%)이 대부분이라 감축 여지가 많지 않다"며 "자동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10%에 달하는 만큼 친환경차의 보급·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것이 우선과제이지만, 단기간에 쉽지 않은 만큼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내연기관차의 주행효율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사진=대한상의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현재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설 대부분이 공공·관광시설과 고속도로 휴게소에 집중돼있고, 주거용 개인충전기 보급률은 25.1%에 그쳐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지는 상황"이라며 "공공장소 중심의 충전인프라 구축 정책을 아파트 등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 좋은 지역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 등의 노동관계법이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규정돼 있어 자동차산업의 선제적 구조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 노사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자동차산업이 미래 모빌리티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자동차 부품업계는 개별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래차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중소 부품기업엔 맞춤형 연구·개발(R&D) 지원이나, 미래차 부품 개발을 위한 장기저리 금융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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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본부장은 "자율주행은 완성차·부품·플랫폼서비스·통신 등 다양한 업종의 기술이 융합돼 완성되는 제품"이라며 "완성도를 평가하기 위해선 실증사업이 중요한데 국내 실증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규제와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동차산업은 지난 한 세기 넘게 대량생산과 효율생산으로 경쟁력을 키워 왔지만, 이젠 기술혁신과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했다"며 "자동차 업계에서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는 데 더해, 정부에서 과감한 규제개선과 정책지원으로 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