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과의 전쟁, 130년 독점금지법 역사 바꿀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셔먼법 소환하게 만든 리나 칸 지명

데스크 칼럼입력 :2021/06/16 22:19    수정: 2021/06/16 23:4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거대 IT기업 독점’ 문제는 요즘 미국 정가의 핫이슈다. 민주, 공화 구분 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원에선 두 당이 독점규제 관련 5개 법안을 한꺼번에 공동 발의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행보다.

상원에선 ‘아마존 저격수’ 리나 칸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인준을 69대 28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50명 중 투표 불참자 2명을 빼고 전원이 찬성했다. 

더 놀라운 건 공화당이다. 50명 중 21명이 찬성했다. ’28명 반대, 1명 기권.’

리나 칸은 파키스탄 출신 이민 여성이다. 나이도 32세에 불과하다. 그 뿐 아니다. 급진적인 사상을 갖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을 분할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리나 칸 FTC 위원장

그런데 공화당 상원의원 42%가 찬성표를 던졌다. 거대 IT 기업 독점 견제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것 외엔 달리 해석하기 힘들다.

트러스트의 횡포, 미국 첫 독점금지법 '셔먼법'으로 결실  

이런 움직임은 1890년 미국 연방 차원의 첫 독점규제법인 ‘셔먼법(Sherman Act)’ 탄생 때를 연상케 한다. 이 법은 공화당 상원의원인 존 셔먼이 발의했다.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의원이란 점부터 놀랍다.

더 놀라운 건 당시 분위기다. 에이미 클로버샤가 쓴 ‘Anti Trust’에 셔먼법 통과 당시 상황이 잘 묘사돼 있다.

하원에선 242대 0으로 통과됐다. 85명이 기권하긴 했지만, 의원 어느 누구도 반대표를 던지지 못했다. 당시 곡물, 철도 등 주요 산업의 독점폐해가 워낙 심했다. 치솟는 곡물 값 때문에 서민들은 아우성을 쳤다. 독점규제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강했다. “재선을 원하는 의원은 감히 반대하지 못할 정도”였다.

미국 최초 연방차원 독점금지법인 셔먼법을 발의한 존 셔먼.

이런 분위기는 상원도 마찬가지였다. 찬성 52대 반대 1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9명은 반대해서 유권자들의 미움을 받는 대신 기권하는 쪽을 택했다.

법을 발의한 존 셔먼 의원은 이런 분위기를 잘 이용했다. 그는 미국 독립혁명을 거론하면서 애국심을 자극했다.

“왕을 정치적 권력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면 생필품 생산, 수송, 판매의 왕을 용인해서도 안된다. 황제에게 굴복하지 않았다면, 생필품의 경쟁을 방해하고 가격 담합을 일삼는 무역 독재자에게 굴복해서도 안 된다.” (Klobuchar, 79쪽)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셔먼법’은 미국 연방 차원의 첫 독점규제법으로 자리매김했다. 법무부가 독점금지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소권을 갖고, 독점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피해액의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제재를 가하는 조항이 이 때 처음 탄생했다. 클레이턴법, 연방거래위원회법 등 이후 제정된 독점금지법은 모두 셔먼법을 토대로 했다.

‘셔먼법’은 ‘트러스트’가 기승을 부리던 시대의 산물이다. 록펠러가 이끄는 ‘스탠더드 오일’도 당시 악명높은 트러스트였다. 농업, 운송 등 전통산업 분야도 트러스트의 폐해가 컸다. 독점금지법이 ‘Anti-Trust’로 불린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IT 빅4의 독점 횡포, 어떤 결실로 이어질까 

올해로 셔먼법이 탄생한 지 131년이 됐다. 독점금지법 131년 역사는 영광도 많았지만, 한계와 상처가 더 컸다. 최근 들어선 독점금지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하원이 민주, 공화 공동으로 5개 독점금지법안을 무더기 발의한 것이나, 상원이 급진적 기업 분할론자인 리나 칸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이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건 그 때문이다.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들의 경쟁 방해 행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131년 전 ‘셔먼법’을 압도적으로 밀어주던 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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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TC 본부.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과연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 IT 시장의 독점적 구조를 개혁할 수 있을까?‘제2의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나오기 힘들게 만들고 있는 독점 기업들의 경쟁 방해행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런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리나 칸을 비롯한 ‘개혁 주체’들의 행보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