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자살예방지도 만들 수 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자살 패턴 확인해 적극 예방해야"

헬스케어입력 :2021/06/16 08:31    수정: 2021/06/16 16:32

각 분야의 개인 정보 결합을 통해 정밀한 자살 예방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각 정부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연계하면 자살의 패턴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은 징후를 남긴다. 이러한 징후를 파악해 자살의 패턴을 파악하면 안타까운 죽음을 예방할 수 있다. 사진은 강남대로에 위치한 고층 건물의 모습. '상담'이란 간판이 눈에 띈다.

실제 자살 시도자나 사망자에게는 여러 징후가 나타난다. 이러한 징후는 개인의 소셜 데이터를 포함해, 금융 정보, 경찰청 수사 자료, 자살 유족 심리부검 정보, 지자체 사망률 등에 흩어져 있다.

내버려두면 개인 활동의 무작위한 파편이지만, 이를 모아 효율적으로 연계하면 또 다른 자살을 막는 데이터로 바뀐다. 황 이사장은 이를 통해 정밀한 자살 예방 지도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살의 패턴은, 패턴을 알아야 자살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걸림돌은 부처 간 장벽과 개인정보 보호법이다. 황 이사장은 “정보가 모자라면 자살 예방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자살, 흔적을 남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자살률(인구 십만 명 당 자살 사망자 수) 1위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연도별 자살률 추이는 ▲2008년 26.0명 ▲2009년 31.0명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 ▲2012년 28.1명 ▲2013년 28.5명 ▲2014년 27.3명 ▲2015년 26.5명 ▲2016년 25.6명 ▲2017년 24.3명 ▲2018년 26.6명 ▲2019년 26.9명 등이다. 최근년도 OECD 자살률 평균이 11.2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3.0명으로 두 배 이상 높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자살 예방을 위한 데이터셋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선 통계는 한국인이 왜 자살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통상 자살의 원인은 개인이 처한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우울증 등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것만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쟁의 심화, 소득불평등, 고령화 등이 거론되지만 명확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황 이사장과 그가 속한 기관은 이 숨겨진 인과관계를 찾고 있다. 그는 “디테일은 정보에 있다”고 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연구를 통해 특정 대교와 공원 등지에서 유독 자살이 많이 발생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자살 다빈도 지역이 특정되면 시설 보완과 경찰의 순찰 강화 등 예방 조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 

황 이사장은 이를 “데이터의 힘”이라고 했다. 그는 “정보를 통한 대책 마련은 정교화된 예방조치”라며 “빅데이터를 많이 끌어오면 끌어올수록 자료는 정교해진다”고 강조했다.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초 국무총리실의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에 따른 목표 자살률은 17.0명이었다. 이에 대해 황 이사장은 “자살률에는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우리나라 자살률 잠정치는 감소했는데, 정부 금융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며 “금융 지원이 사라진 내년 말이나 내후년의 수치를 걱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 1997년의 자살률은 13.2명이었지만, 이듬해인 1998년 18.6명과 1999년 15.1명으로 높아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7년 국제 금융 위기 당시 자살률은 24.9명이었다. 2008년 26명, 2009년에는 31명으로 급증했다.

즉,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1~2년이 지난 후 사망률은 급격하게 치솟는다는 이야기다. 황 이사장은 “당장의 자살률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그것이 반전될 위험성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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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던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합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을 설립했다.

한편, 국내 자살 컨트롤타워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범부처가 참여하는 위원회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통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만으론 자살 대응에 한계가 존재한다. 자살 유발 원인의 다양성 때문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중앙정부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전까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던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합해 지난 4월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구성원은 100명이 조금 못 미치고 한 해 예산은 250억 원 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