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뺨치는 '진기한 뉴스' 채굴전쟁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국적 불명 해외뉴스 범람 현상 톺아보기

데스크 칼럼입력 :2021/06/15 10:06    수정: 2021/06/15 10: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남편 공유하는 쌍둥이 자매. 16세 연하와 모텔 간 남성, 바지 벗다가 사망.

14일 네이버에서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 순위에 오른 기사들이다. 한국 뉴스는 아니다. 앞의 것은 호주, 뒤의 것은 대만 뉴스다.

최근 포털에서 ‘국적 불명 해외뉴스’가 부쩍 늘었다. 너도나도 진기한 뉴스 채굴 전쟁에 나선 느낌이다.

이런 뉴스들의 표출 공식은 간단하다. 가장 자극적인 내용을 제목으로 뽑는다. 이 때 가급적 뉴스의 국적은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진기한 뉴스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더 많이 읽힌다. 

그리곤 언론사 모바일 채널 주요 기사로 선정한다.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상당수는 기자 욕하는 댓글이다. 그래도 상관 없다. 일단 탄력이 붙으면 엄청난 트래픽이 뒤따른다. 

‘해외 토픽 기사’는 예전부터 꽤 인기가 있었다. 잔잔한 웃음을 선사해줬다. 경직된 신문 지면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지구촌엔 별 사람 다 살고 있구나, 란 생각에 배시시 웃음 지으며 읽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좀 심해졌다. 너도 나도 '채굴 전쟁'에 나선 것 같다. 

왜 그럴까? ‘실시간 인기 검색어 폐지’를 그 이유로 꼽는 사람이 많다. ‘실검’이 있을 땐 해당 키워드를 집중 공략했는데, 그게 사라지니까 '무차별 채굴 작전’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꽤 그럴 듯해 보인다.

요즘 포털 뉴스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꽤 높다. 이유와 근거는 조금 다르다. 보수 쪽에선 ‘진보 편향’을 외친다. 반면 진보 진영에선 ‘보수 편향’을 비판한다.

물론 포털 알고리즘도 한계가 적지 않다. 정량적 평가 수준을 넘지 못하다보니, 관련 기사가 많은 뉴스가 중요하게 취급된다. IT 쪽에선 대기업 보도자료가 주요 뉴스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지금 포털 뉴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알고리즘'이 아니다. 뉴스 공급자들의 ‘무차별 클릭수 전쟁’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G7 정상회담 관련 뉴스 홀대 논란이 꽤 강하게 제기됐다. G7에서 국익 선양한 얘기보다, 이준석이 따릉이 탄 기사가 포털에 더 많이 표출됐다는 비판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잘못된 알고리즘 때문일까? 그보다는 뉴스 공급자들이 따릉이 뉴스를 더 많이 쏟아낸 것과 더 관련이 있다. '이준석 따릉이 뉴스'로 싸움 붙이면 훨씬 더 큰 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진중권 저널리즘’ 같은 부작용도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무한 트래픽 전쟁’이란 슬픈 현실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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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에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이 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이 이론은 포털 뉴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독수'에선 '독과' 밖에 수확할 수 없다. 알고리즘으로 그것까지 걸러내라는 건 무리다. ‘수 많은 독수’들이 ‘독과’를 쏟아내고 있는 곳. 그게 포털 뉴스의 냉정한 현주소다.

지금 같은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뉴스 생태계가 더 자극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알고리즘’ 탓하기 전에 그 알고리즘의 기반이 되는 뉴스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 첫 발걸음은 ‘진기한 뉴스 채굴전쟁’을 멈추는 것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