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 "그공사는 오디오북과 비주얼 노벨의 중간점"

"2차 창작 지원툴 '비스킷'으로 창작공간 제공하고 싶다"

디지털경제입력 :2021/06/11 11:12

모바일 수집형 RPG인 데스티니차일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시프트업이 비주얼 노벨 게임 그녀가공작저로가야했던사정(그공사)로 새로운 행보를 시도했다. 자체 지식재산권(IP)이 아닌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하고 모바일게임 시장을 넘어 스팀 플랫폼에 기반한 PC게임 시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공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을 소재로 개발한 게임이다. 웹소설 시장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꼽히는 IP를 소재로 원작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원작팬은 물론 비주얼 노벨 장르 팬의 이목까지 집중시킨 셈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게임을 개발한 비노스튜디오의 이성수 총괄팀장, 박지원 시나리오 디렉터, 박슬아 그래픽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지원 디렉터는 웹소설과 웹툰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토리에 기반한 게임을 만들자는 이야기에서 게임 기획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그공사 원작이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팬에게 일종의 바이블 같은 입지를 다진 작품이기에 선정에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성수 총괄팀장은 "시프트업은 아트에 강점이 있는 회사이며 그공사를 만드는데도 연출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마치 오디오북을 듣는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고 중요한 시점에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웹소설을 소비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오디오북과 게임의 중간점 형태를 지향했다"라고 말했다.

그공사는 그간 남성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임을 선보인 시프트업이 출시한 여성향 게임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 공략에 있어 주안점이 달리 설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보다는 원작에 집중하는데 공을 들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레이션을 포함한 게임 내 모든 대사가 성우의 목소리 연기로 더빙이 된 것이 그공사의 특징이다. 소설을 읽을 때 각 인물의 목소리나 행동을 상상하며 감상하기에 원작 팬들은 각 캐릭터에 대한 자기만의 환상을 갖고 있다.

이런 캐릭터의 음성 연기에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개발진이 아닌 성우 개개인의 의견과 역량이라고 이성수 총괄팀장은 이야기했다.

그는 "더빙 과정에서는 성우 개개인의 의견을 중시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연기 디렉팅이나 문장 분절, 특정 연기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 가장 우선시 한 것은 성우의 의견이었다"라고 말했다.

비주얼 노벨 장르에서 가장 많은 평가를 받게 되는 부분은 스토리와 게임 내 일러스트다. 그공사는 원작의 화려한 일러스트를 그대로 구현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재해석 된 깔끔한 형태의 일러스트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박슬아 그래픽 디렉터는 "원작 일러스트에 익숙한 이들이 많아 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원작 팬과 오리지널리티 중 어느 쪽에 맞춰야하는지를 고민했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마음먹고 작업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림체도 그 자체로 IP다. 이용자의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들 큰 후회는 하지 않는다. 분명 게임에 적용된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지적에 대해서는 잘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말조차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수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원작 소설 일러스트보다 그림체와 채색이 다소 차분해진 것은 의도한 것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의도에는 게임 에셋을 활용한 2차 창작 지원 툴 비스킷의 활용을 위한 범용성을 살리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다.

박슬아 디렉터는 "채색을 더 화려하고 다양하게 할 수 있었지만 향후 비스킷 툴에 적용할 에셋들의 품질도 감안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라데이션이나 톤을 좀 줄이는 방향으로 제작을 했다. 또한 그림이 단순할수록 게임의 스토리에 더 집중을 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스킷 툴에서도 무난한 그림체여야 더 많은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정 장르의 팬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툴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라고 설명했다.

그공사는 스토리 기반 게임인만큼 게임 내 담겨있는 스토리의 볼륨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물론 원작에서는 조연에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도 다뤄내는 등 게임을 즐기면서 원작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박지원 시나리오 디렉터는 "원작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메인 남자 주인공은 해피엔딩 루트에서는 원작 스토리를 따라간다. 하지만 노멀엔딩 루트에서는 원작에 없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식이다. 또한 원작에서는 서브 캐릭터였던 캐릭터가 13화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풀어낸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디렉터는 원작 세계관을 충실히 이해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특정 장면을 이야기하면 바로 그 장면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아낼 수 있을 정도 원작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원작의 스토리에 살을 붙여나가는 작업이었다. 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이야기는 원작을 따라갔고 서브 캐릭터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무대 위에서 그림을 덧칠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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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스튜디오는 게임 내 2차 창작을 지원하는 비스킷 툴 개발도 그공사 개발 만큼이나 많은 공을 들였다. 지금 당장은 그공사의 성공과 이용자 만족에 집중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비주얼노블 시장의 형성에 비스킷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성수 총괄팀장은 "비스킷이 독자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있는. 싫어하는 것은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많은 게 모여있는 넷플릭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다양한 창작활동에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결과물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이 시장이 커짐에 따라 유의미한 보상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