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최첨단 함정수사…가짜 메신저 앱으로 일망타진

암호 메신저 1만2천개 보급→300개 범죄조직 유인, 800명 체포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암호화된 메신저 앱까지 만드는 함정수사 끝에 범죄자 800명 가량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FBI는 호주와 유럽 경찰과 공동으로 애놈(ANOM)이란 앱 회사를 설립, 범죄 혐의자들을 대화를 감시한 뒤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고 씨넷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당국은 이번 작전을 ‘트로이 방패(Trojan Shield)’라고 불렀다.

수사 당국은 암호화된 메신저를 만든 뒤 남미 마약 카르텔, 아시아 마약조직, 중동 및 유럽 범죄 집단 등이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사진=씨넷)

FBI와 호주 경찰이 암호 메신저 앱을 처음 기획한 것은 2018년이었다. 이 앱은 암호화돼 있을 뿐 아니라 소통하기 편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죄 조직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앱을 설치하기 위해선 암시장에서 특수 전화기를 구입해야만 했다. 또 기존 사용자의 추천이 있어야만 앱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점조직 방식으로 보급된 지금까지 1만 2천 개 이상 휴대폰에 설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00개국 이상의 300여 개 범죄 조직이 이 앱을 사용하게 됐다.

앱을 보급한 FBI는 본격적으로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이용자들은 암호 메신저 앱으로 알고 있었지만, FBI는 암호를 풀 수 있는 키를 갖고 있었다.

FBI 샌디에이고 사무실이 수사 본부 역할을 했다. 이 수사에는 수사관 100명 이상, 언어학자 80명 가량이 동원됐다.

국제 공조로 진행된 이번 수사를 통해 지난 18개월 동안 2천700만 개 이상의 메시지를 추적, 분석했다. 그 중엔 살인 계약, 과일 속에 코카인을 감춰둔 사진, 절도 모의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다고 수사진이 밝혔다.

FBI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암호화된 기기는 범죄 조직의 안전 해방구 역할을 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면서 “우리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활용해 주요 범죄 집단들이 방화벽 뒤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