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OTT "넷플릭스 줄서기 아닌 IP 확보해 수익 내야"

OTT업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자에 세제 혜택' 제안 의견도

방송/통신입력 :2021/06/08 18:44    수정: 2021/06/09 08:25

"OTT 시대에 접어들면서 콘텐츠 제작사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서 콘텐츠 제작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한편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도 항상 나온다. 지적재산권 양도로 인해 추가 수익 창출이 불가하다는 문제가 있다. OTT는 다른 시장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고 가입자 수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 OTT만 봤을 때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은 8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현안 세미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 드라마 제작사의 고민과 도전’에서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관이나 TV가 아닌 OTT에서 먼저 새로운 콘텐츠가 공개되는 추세가 가속화 되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이 더 이상 해외 OTT에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독립 제작사들이 아닌 방송사를 보유한 일명 ‘캡티브 제작사’들까지도 역설적으로 방송사를 넘어 OTT들에 공급하기 위한 드라마 지적재산권(IP) 확보를 위해 전문 스튜디오를 확대하는 추세다.

OTT 생태계

웨이브는 지난 3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획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달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이찬호 전 스튜디오드래곤 CP를 영입했다. 웨이브도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지분을 보유한 캡티브 제작사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지난달 콘텐츠 전략 발표를 통해 드라마 전문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을 연 것에 이어 예능, 영화, 애니메이션 등도 전문화된 멀티 스튜디오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제작사들이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면 온전히 IP를 확보할 수 있다. 제작사들이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계획도 동시에 발표하는 이유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2025년까지 1조원을, CJ ENM은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내 OTT들의 자립 노력은 국내 방송시장 경영 악화와 더불어 더 이상 넷플릭스와 같은 외산 OTT에 더 이상 기대지 않고 추가 IP 수익을 이어가야한다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김운호 도레미엔터테인먼트 본부장

김운호 도레미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가장 광고 단가가 비싼 CJ ENM이 광고를 완전 판매 했을 때 3억6천만원밖에 못 받는다”며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방송 광고는 더 줄어, 광고가 완판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TV 방송을 통해서는 스튜디오가 IP를 가진다고 전제해도 초방으로 광고를 완판시켜도 라이선스 사용료로 리쿱(투자 후 수익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올해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이 추가로 국내에 진출해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로 인해 제작사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 강국인 미국 기업들이 백여년간 고수해온 IP 산업의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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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영 작가

노가영 미디어 트렌드북 작가는 “OTT 경쟁이 지금보다 심화된다 하더라도 미국 기업들의 IP 활용 관습이 바뀔 거 같진 않다”며 “최근의 소식이지만 아마존이 (영화 007로 유명한)MGM을 한화로 9조원에 인수했는데, 아주 전통적인 레거시 IP 구조로 수익을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적인 자본 투여뿐 아니라 금융 자본이 들어와줘야 할 것”이라며 “이른바 ‘콘텐츠-금융’ 산업이 잘 형성된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금융 자본이 보다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줘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