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한 전자상거래가 급증, 소비자 불만과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규율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최후에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상정해 규제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시장 경직성이 우려된다."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서로 다른 시각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정부는 SNS를 통한 개인 간 거래가 급증해 소비자 불만과 피해가 커진 만큼 일정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업계는 개인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는 28일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서울시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와 전자상거래법상 규율 범위의 적절성'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김규완 고려대학교 교수, 정신동 강릉 원주대학교 교수, 이병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배현정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전자거래과 서기관 등 전문가 8인이 참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 예고를 마치고, 전상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거래 목적의 온라인 플랫폼이 개인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이 발생한 경우, 개인판매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긴 제 29조다.
해당 개정안은 당근마켓과 같은 개인 간 거래(C2C)플랫폼에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세미나에서 '개인간거래와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 발제를 맡은 이병준 교수는 "플랫폼을 통한 공유 경제 실현에 관심을 갖고 5년 전부터 해당 분야를 연구해왔다"며 발제 이유를 밝혔다.
이 교수는 "개인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강한 규제를 받기보다는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하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신원정보 확인과 같은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당근마켓에서는 개인 간 전자상거래가 가능하지만 이로 인해 직접적 수익을 누리지는 않고, 간접적으로 지역 상인의 광고를 통해 수익을 거둔다"고 말했다. 또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플랫폼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통상적으로 개인의 경우 신분증을 기초로 확인이 이뤄지지 않고, 전화번호를 기초로 통신사를 통해 신원이 확인되기 때문에, 필수적인 수집 개인정보 범위는 전화번호 등 연락처 한도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배현정 서기관은 "SNS를 통한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며 소비자 불만과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측면에서 규율의 필요성은 인정되고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 서기관은 "플랫폼에 개인 간 거래 모든 거래 분쟁을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에스크로 제도를 더 많이 활용하도록 소비자에게 알릴 것, 또 이용자의 신원정보를 플랫폼이 확보해 분쟁 시 제공할 것 두 가지만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서기관은 "개인 간 거래에서 문제 발생 시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전화번호와 성명이 있어야 한다. 소송을 하기 위해서도 이용자 정보가 더 필요하다"면서 "(플랫폼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용자가 통신사에 문서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동사무소에 주소를 요청해야 한다. 소액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온라인플랫폼에서 이런 노력과 시간을 들일 소비자는 거의 없다"는 말로 전상법 개정안 제29조 발의 배경을 밝혔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배 서기관의 발언에 "최후에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상정해 규제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시장 경직성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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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 제29조에 관련해 정 정책실장은 "C2C거래에서 오늘의 판매자가 내일의 구매자이기 때문에 판매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쉽지 않고 양쪽의 균형감을 생각해야 하는데, 마치 스타트업이 소비자 보호를 주저하는 듯한 해석이 나와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소비자의 피해나 사기를 줄이기 위해 가장 민감한 것은 기업(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 정책실장은 "스타트업이 거대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량과 자유가 허용돼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