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MGM 인수, 美 독점금지법 허점 건드리다

사업영역 달라 승인엔 문제 없어…거대 플랫폼 특성 감안 땐 '위협적'

인터넷입력 :2021/05/27 14:59    수정: 2021/05/27 23: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이 영화사 MGM을 인수하면서 미국 의원들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줬다고 프로토콜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존은 이날 MGM 홀딩스를 84억5천만 달러(약 9조4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007, 록키 등 인기 콘텐츠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MGM 인수로 아마존의 콘텐츠 파워는 한층 막강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조사를 거쳐야만 한다. 법무부는 합병으로 시장경쟁이 제한되는지 여부를 주로 심사한다. 반면 FTC는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두 회사는 서로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합병 성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사진=씨넷)

프로토콜은 “동영상 스트리밍 및 생산 시장 모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의 이번 인수는 정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대형 기업의 합병 자체를 의구심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법으론 제재 불가…새로운 독점 기반될 수 있어 고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IT 기업의 인수합병을 제한하려는 최근의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합병은 상당한 골치거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많다고 프로토콜이 전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엄청나게 키웠다. 거대 IT 기업들은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영역의 기업 합병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최근 미국 의회에선 거대 기업 합병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쪽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민주당 쪽 의원들이 이런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아마존의 MGM 합병이 의원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현행법으로 딱히 막을 방법은 없지만, 아마존이란 거대 사업자의 몸집 불리기를 두고 볼 수만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MGM을 인수하더라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선 여러 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영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MGM의 시장 점유율은 ‘반독점 족쇄’를 채울 정도는 못 된다.

데이비드 시실린 위원장 (사진=씨넷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아마존의 ‘프라임’ 사업에 MGM의 콘텐츠를 곁들일 경우엔 새로운 영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잣대를 벗어난 영역에서 독점 기업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소속인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 반독점위원장은 프로토콜과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MGM 인수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더 강화시켰다”면서 “그들은 독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굳건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실린 의원은 현재 거대 IT 기업들의 힘을 제한할 수 있는 쪽으로 독점금지법을 개정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역시 하원 반독점 소위 소속인 공화당 켄 벅 의원도 프로토콜과 인터뷰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독점적 기업의 합병은 좀 더 높은 차원의 조사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경쟁 '최소한' 제한 때도 합병금지 쪽으로 법 개정 추진 

민주당 쪽에선 올 들어 빠른 속도로 독점금지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 상원 반독점 소위를 이끌고 있는 에미미 클로버샤 의원이다.

클로버샤 의원은 지난 2월 경쟁을 ‘최소한으로(de minimus)’ 제한할 경우에도 합병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현행 법에서는 경쟁을 ‘상당히(substantially)’ 제한할 경우에만 합병을 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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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샤는 최근 '독점금지법(Anti-trust)'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MGM 인수가 관심을 끄는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현행 독점금지법을 적용할 경우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최근 미국 의원들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잣대를 들이댈 경우엔 정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