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백신의 지식재산권을 면제(혹은 유예)하자는 주장이 뜨겁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국제 인권기구와 단체들도 지재권 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복잡하게 얽힌 관련 특허 때문이다.
현재 100개의 백신이 임상시험에 돌입해 있다. 184개는 비임상 단계로 개발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에서 mRNA 백신에 관심이 높다. 임상시험에서 탁월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관련해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모더나 백신의 국내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화이자에 이은 두 번째 mRNA 백신의 국내 도입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2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논문 한편이 게재됐다. ‘코로나19 mRNA 백신 특허 관계도 분석’(A network analysis of COVID-19 mRNA vaccine patents)이란 논문이었다.
백신 제조 방법은 특허로 등록돼 보호된다. 관련 지재권도 다양하다. mRNA 백신을 비롯해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은 대학 연구진 및 바이오 벤처기업의 자체 개발 기초 기술에서 시작된다. 개발 정보에 대한 특허 등록 이후 다국적 제약사 등 대형기업에 기술이전을 통해 추가 개발 및 상업화 진행이 일반적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모더나·화이자·바이오엔테크·큐어백·아크투루스 등도 mRNA를 활용한 백신 기술 개발사다.
그런데 원천 기술을 거슬러 올라가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논문에 따르면, mRNA를 활용한 치료법은 1990년대 초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후 200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진이 현재 mRNA 백신 기술의 근간이 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대학은 해당 특허의 실시권을 ‘mRNA 리보 테라퓨틱스’(RiboTherapeutics)라는 업체에 전달했고, 회사는 계열사인 셀스크립트(Cellscript)에 특허 재실시권을 줬다. 셀스크립트는 이를 다시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에 이전했다.
mRNA를 세포로 전달하는데 활용되는 지질나노입자(LNP)의 특허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해당 기술은 1998년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과 아버터스 바이오파마(Arbutus Biopharma)의 공동 연구로 개발됐다. 이후 대학은 특허권을 아버터스에 이전했다.
2012년 아버터스는 아퀴타스 테라퓨틱스(Acuitas Therapeutics)에 기술 실시권을 전달했다. 아퀴타스는 2016년 큐어백과 LNP 기술 특허를 실시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퀴타스는 모더나에게도 특허 재실시권을 줬는데, 이 때문에 분쟁이 벌어졌다.
같은 해 재실시권에 대해 캐나다 법정에서 분쟁이 이어졌고, 결국 기결됐다. 모더나는 2018년 아버터스의 특허 세 건에 대해 미국 특허청(USPTO)에 특허 무효 소송(IPR)을 청구했지만, 특허심판과 항소위원회는 아버터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제네반트가 LNP 기술의 특허 실시권에 접근, 제네반트는 이를 다시 바이오엔테크에 재실시권을 허락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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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을 일시 유예하거나 면제하자는 주장이 나온 이유는 개발도상국 등 예방접종이 원활하지 않은 국가와 지역에 기업이 보유한 mRNA 특허·영업비밀·노하우 등을 공유, 백신 자급력을 높여 접근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다.
결국 논문의 지적처럼 꼬인 특허가 정리되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재권 면제 지지 발언은 그저 정치적 코멘트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