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도 올드 미디어…OTT가 미디어 소비 바꿨다

[대한민국 2030 넥스트노멀] ⑥구독경제

방송/통신입력 :2021/05/25 08:47    수정: 2021/05/25 16:14

김민선, 김태진 기자

TV의 역사가 지상파TV-케이블TV-위성TV-IPTV 등으로 송신방식을 중심으로 바뀌어 온 동안, 스마트폰은 ‘시간당 얼마나 큰 용량의 영화를 내려 받느냐’ 기준 하나로 발전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800MB 영화 하나를 85초만에 다운받는 LTE 시대로 넘어온 이후 ‘구독경제’ 시대도 개막했다. 

구독경제는 매달 이용료를 낸다는 점에서 TV 수신료 모델과 유사하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스트리밍이 가능해져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태블릿 등 다른 매체에서도 이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 분야의 대표적인 구독모델 서비스 유형을 ‘OTT(Over The Top)’라 부른다. 이때 Top은 셋톱박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더 이상 셋톱박스를 통하지 않고 광대역 인터넷과 이동통신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이제 TV보다 스마트폰을 더 필수 매체로 여기는 시대다. 국민 3명 중 2명은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등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 초 발표한 지난해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67.2%로, TV(29.5%)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난다. 또한 ‘최근 일주일동안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응답자는 91.7%로, 2017년 97.5%, 2018년 94.8%, 2019년 92.9% 등으로 감소 추세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지상파TV 프로그램 시청여부는 그 간극이 30대를 기점으로 극명히 나뉜다. 올초 공개된 방통위 관련 조사에서 지상파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답한 응답 비율이 30대 이상의 경우 90%대 이상이었으나, 10~20대는 70%대에 그쳤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콘텐츠 소비가 젊은 층의 전유물이란 말도 옛말이 됐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대 스마트폰 이용자의 OTT 이용률은 41.5%로 지난해(25.0%)보다 크게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소유한 고령층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VOD를 소비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60대는 VOD 이용률이 13.9%로 비이용자(0.3%)에 비해 확연히 높았다. 매체 이용의 개인화가 고연령대로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 지상파TV 프로그램 시청 여부(사진=방송통신위원회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국 구독경제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가 됐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구독경제는 고유한 소비행태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TV 앞으로 가 방송 프로그램을 봐야하느니,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보기 위해 기꺼이 월정액이나 VOD 요금을 지불한다.

글로벌 OTT, 국내 방송시장에 '메기' 역할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와 구독료와 광고료 모델을 동시 적용한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국내에서 아성을 떨치면서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는 변화해야만 했다.

2016년 국내 진출 이래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는 지난 2월 기준 1천만명을 돌파,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아이지에이웍스 조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이 늘면서 새 가입자를 대거 유치했다. 

2019년말 기준 전체 유료방송서비스(아날로그, 8VSB, QAM, 위성, IPTV) 가입 가구 수는 3천377만명이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전체 유료방송 업계의 30% 맞먹는 수준을 훌쩍 차지했다 할 수 있다. 가입자 수의 기준이 OTT는 계정, 유료방송은 가구이나 OTT 한 계정에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진=픽사베이)

또한 넷플릭스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지난 4월 처음으로 국내 실적을 공개했는데, 구독료가 수익모델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지난 한 해 4천1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2019년 대비 295% 증가했다. 이같은 매출액은 IPTV 업체의 한 분기 매출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그만큼 국내 업계에서는 위협이 된다. 일례로 KT는 올해 1분기 IPTV 사업에서 4천4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등장에 IPTV 업체들은 자체 OTT를 내놓거나 IPTV 콘텐츠를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해 OTT와 다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직접 제휴를 맺는 결합 전략을 택했다. 자체 IPTV 플랫폼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탑재해 넷플릭스 측에 수수료를 배분한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IPTV 업체들은 모바일, 인터넷 등과 결합 상품을 출시해서라도 가입자를 락인시키려는 전략을 편다”며 “이후 이탈을 막기 위해서 콘텐츠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IPTV 사업자들이 기존 실시간 방송 외에 시간에 관계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OTT의 투-트랙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거기에 덧붙여 ‘넷플릭스와 경쟁 붙일만한 콘텐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이미 바뀐 미디어 패러다임…결국 '콘텐츠'로 승부

격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결국 승부처는 콘텐츠의 질이다. TV 수신료든 OTT 구독료든 소비자들은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보유했느냐를 보기 때문이다. 이에 콘텐츠 공룡들은 너도나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용을 높여부르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2월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에 5억달러(5천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 연합 OTT인 '웨이브'가 2025년까지 1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KT도 미디어 사업 전문 법인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2023년까지 4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1천개 원천 지식재산권(IP)과 대작 드라마 100편을 만들 계획이다. CJ ENM의 OTT ‘티빙’은 JTBC스튜디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향후 3년 간 4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KT 스튜디오지니가 신세계 그룹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와 협력한다.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을 위한 국가적 전략은 대작뿐 아니라 짧은 길이의 동영상 콘텐츠인 ‘숏폼’ 콘텐츠를 다작하는 것이다. 지난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숏폼,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 제작과 수출전략형 콘텐츠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업무계획에서 밝혔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디지털경제센터 선임센터장은 “숏폼 콘텐츠 제작을 전략으로 삼은 것은 니치 마켓을 잡기 위해서”라며 “또한 넷플릭스 시리즈같이 돈이 수백억원 드는 것은 많이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니치하고 롱테일의 특성을 가진 콘텐츠 시장에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리즈로 쏟아내는 넷플릭스도 수익률 개선을 위해 수익 모델을 조금씩 손본다. 30일 무료보기 정책을 지난달 한국, 그리스, 세르비아 등을 마지막으로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완전히 종료했다. 또한 자사 콘텐츠의 무단 시청을 철저히 막기 위해 계정 공유를 막는 정책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교수는 “최근 넷플릭스의 경우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는 점은 아무리 새로운 콘텐츠를 게시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소비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며 “평균적으로 가입 후 1년 정도 지나면 사람들은 새롭게 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PTV, AI·빅데이터 융합으로 '집안 새 기둥' 된다

TV 유형 중 최신에 속하는 IPTV조차도 이젠 올드미디어가 될 위기에 처하자 업계는 서둘러 새판을 짜고 있다.

고흥석 한국IPTV방송협회 정책기획센터장은 “유료방송 사업자 중 IPTV가 가장 선두에 섰다고들 하지만, 실제 내부 직원들은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가입자 기반 수익모델의 IPTV의 전체 수익모델인데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030년, TV는 어떤 모습일까. ‘집안에 늘 있는 매체’란 특성에 인공지능(AI)적인 요소가 더해져 우리 생활 반경을 ‘관리’해주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크다. 즉 여가와 재미를 위한 콘텐츠 시청 용도 외에 이용자 케어 영역을 TV도 나눠가지게 된다.

LG유플러스가 오는 16일‘U+아이들나라 4.0’을 출시한다고 밝혔다,(사진=LG유플러스)

고 센터장은 “현재 IPTV 수익모델 상태로는 나올 수 있는 가입자가 제한돼 있는데, 특화된 서비스로 새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어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등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며 “핵심은 고정형 TV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LG유플러스는 IPTV에 교육용 콘텐츠를 접목해 ‘어린이 케어’에 집중한다. U+TV내 ‘아이들나라’ 플랫폼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각종 VOD 콘텐츠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교육 시대에 맞서 영어 교육 홈스쿨링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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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음성인식이 가능한 IPTV는 각종 센서와 연동돼 디지털헬스 융합 서비스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집에 홀로 있는 아이나 노인에게 위기 상황 발생시 AI가 행동을 포착하거나, 각종 생체정보를 인식하는 헬스케어 기능이 머지 않은 미래에 IPTV에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고 시장 새 먹거리로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이용자별 맞춤 광고 상품이 시도된다. 이른바 ‘어드레서블 TV 광고’란 일반 송출광고와는 달리 광고주가 설정한 타깃에 원하는 예산만큼 광고 방송을 집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지난해 11월 MBC와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3사 등은 어드레서블 TV 광고 사업협력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첫 어드레서블 광고를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