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동북공정 금지 법안...게임업계 기대 반 우려 반

"법안 실효성 강화 위해서는 사태를 다각적으로 들여다 봐야"

디지털경제입력 :2021/05/17 11:17    수정: 2021/05/17 13:37

중국의 게임을 활용한 동북공정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막아내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을 통한 역사왜곡을 막아내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칫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역행하는 단초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등급분류 시 역사 왜곡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류 일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황운하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최근 국내에 진출하는 중국 모바일게임이 선정적인 표현을 넘어서 의도적인 역사 왜곡, 즉 동북공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등 중국 게임 산업의 확산이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게임위가 등급분류시 사행성 여부만을 검토하고 역사적 사실 왜곡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더불어 "등급분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할 경우 과도한 반국가적 행동, 역사 왜곡, 미풍양속 저해, 범죄·폭력·음란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해 불법게임물에 대한 사전규제를 강화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도 지난 12일 중국의 동북공정을 차단하기 위한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승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을 차단하고, 게임물의 사전 검열 형태가 아닌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하여 게임물관리위 위원 자격으로 역사 분야를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는 배경에는 게임을 활용한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판호 발급을 위한 게임 심사채점제를 운영 중이다. 게임 심사 채점제는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등 5가지 항목을 채점한 점수를 기준으로 판호를 발급하는 제도다. 이 중 3점 이상을 받은 게임만 판호가 발급되며 한 항목이라도 0점을 받게 되면 판호 발급이 반려된다.

게임 심사채점제 주요 내용.

이 중 관념 지향 항목에 포함된 세부 기준이 문제로 지적된다. 판호 심사 기준으로 해당 게임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되는지 여부와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이 가능한지 여부가 포함된 이유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는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중국 당국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라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중국의 페이퍼게임즈가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한 샤이닝니키에 한복 아이템을 출시한 후 중국 이용자 사이에서 한복은 중국의 전통 복식이라는 주장이 불거지자 이를 받아들여 한복 아이템을 삭제해 국내 이용자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월에는 모바일게임 SKY: 빛의아이들에서 갓 아이템이 출시되자 중국 이용자 사이에서 갓이 중국의 것이라는 항의가 이어졌고 게임의 아이템명이 '차이니즈 햇'으로 바뀌었던 사례도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을 활용한 동북공정을 막아서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게임위의 사전심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자칫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사진=Pixabay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을 통한 역사왜곡은 자칫 게임산업 전체의 인식을 저하할 수 있는 문제다.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특히 게임에서 역사 속 사건이나 인물을 재가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규정해야만 창의성 저하 등의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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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이미 게임법에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현저히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게임에 대한 제작 및 국내 반입이 불가하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번에 발의된 두 개의 법안이 새로운 규제법안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해 동북공정 문제를 일으켰던 두 개의 게임은 콘텐츠로 인한 문제가 아닌 이를 두고 드러낸 퍼블리셔의 태도와 입장이 문제였다. 출시 전 심의를 강화하는 것으로는 이런 문제를 막아낼 수 없다.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제를 다각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