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력 가뭄 극심, 정부 정책 뭐가 있나

[코리아 ICT 정책 톺아보기 ⑤] 인재 양성 (상)

컴퓨팅입력 :2021/05/14 15:14    수정: 2021/05/14 16:43

김우용, 남혁우, 임유경, 김윤희 기자

모든 산업의 기반은 SW다. SW가 모든 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 디지털로 산업의 중심을 재편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SW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SW 경쟁력은 선두권 국가와 비교해 많이 뒤져 보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같은 현실에서 본지는 정부의 ICT 정책을 집중 분석해 보는 '코리아 ICT 정책 톺아보기' 시리즈를 마련한다. 정부의 정책이 SW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출발점이란 판단에서다. 2000년대 이후 정부의 ICT 정책 가운데 20개의 주요 SW 정책을 선정, 각 정책의 시행 배경과 목표, 성과를 분석해 보고 과제와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아 SW 인력 가뭄이 극심하다. IT 선진국이라 할 미국에서도 개발자 품귀 현상이 거론될 정도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라 꼽히는 21세기 한국의 인터넷 기업은 국내 개발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형편이다.

IT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일찌감치 나왔다. 정부도 그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았다. 거의 매년 ‘X만 인력 양성’ 정책이 발표됐다. 주요 정책이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적어도 몇만명 이상 키워졌을 SW 인력은 지금 어디에 있기에 2021년 현재 개발자 가뭄 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반성해볼 시점이다.

본지는 그간 정부의 SW 인재 양성 정책 가운데 여섯개를 선정해 검토했다. SW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취해지는 정책의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분류된다. 하나는 각 분야별 전문가를 키우는 엘리트 양성, 기업 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교육기관 지원, 기존 인력의 역량을 높이거나 전환하는 보수교육 등이다.

대학정보통신연구센터(ITRC), AI 전문대학원, SW 마에스트로 등의 정책은 엘리트 양성의 일환이다. SW 중심대학, SW 마이스터고등학교 등의 정책은 기업 IT인력 양성 차원에서 시행된다. 그리고 SW산업 기술 변화에 맞춰 재직자에게 재교육을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산업계에서 부족을 호소하는 개발자 인력은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소양을 갖추고, 일정 수준 이상의 IT 프로젝트에서 개발 실무를 수행할 초급에서 중급 사이의 인재다. 역량 피라미드의 허리 부분에서 빈약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정부의 SW 인력 정책이 허리층을 두텁게 하는데 성공했는지 가늠해봐야 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사설교육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적지 않은데도 왜 기업에서 인력 부족을 이야기 하는지 공급과 수요 사이의 괴리를 2편의 기사에 걸쳐 검토해본다.

출처=이미지투데이

■ 대학정보통신연구센터(ITRC), 20년 간 IT고급인력 양성

ITRC는 대학원에서 IT기반 핵심융합기술개발과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갖춘 석박사급 고급 IT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0년부터 블록체인, 차세대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 몰입형콘텐츠 등 ICT 산업현장 내 인력 수요가 높고, 기술 수준 제고가 시급한 분야를 정한 후 신청한 대학 중 선정해 진행해오고 있다. 신청학교는 ICT분야 대학원이 설치된 국내 대학으로 제한된다.

이 사업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학생 연구원이 원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혁신도약형 연구가 필수 과제이며, 창업 친화적인 마인드 제고와 기술창업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가정신교육과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실시한다.

실제 업무 현장에 필요한 능력 향상을 위해 지역 중소·중견기업 및 지자체 등과 공동연구 등 협력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ITRC 사업은 20년간 43개 센터를 지원하며 1만6천여명의 인재를 양성하고, 국내외 특허등록 5천300여건, 기술이전 수입 480여억원 등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는 신규센터 8곳을 추가로 선정해 총예산 384억원을 지원한다. 지원기간은 최대 6년에서 8년으로 확대하고, 연간 지원금 최대 8억원으로 증액했다.

ITRC 사업 성과(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시스템 연구센터 김주영 교수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 전문적인 IT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ITRC를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이러한 전문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AI대학원 및 AI융합연구센터

AI 대학원 지원사업은 석박사급 고급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추진된 사업이다. ICT분야 대학원이 설치된 국내 대학(원)에 AI 관련 석·박사 교육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단일 대학에 투입하는 예산 규모도 파격적이다. 최대 10년간 사업 첫 해 10억원, 2년차부터 연간 20억원씩 총 190억원을 지원한다.

사업 첫 해인 2019년 카이스트(KAIST), 고려대, 성균관대, 광주과기원(GIST), 포항공대(POSTECH)가 선정됐다. 지난해 연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양대가 추가됐고, 올해 서울대, 중앙대까지 선정되면서 총 10개 AI 대학원이 운영되게 됐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AI 대학원은 AI핵심 이론 및 심화과정이 포함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정원 40명 이상의 석박사 과정을 운영한다. 정부가 요구한 필수 요건에 더해 특화된 운영 계획안을 수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연세대는 AI 전임교원을 기존 8명에서 2024년까지 18명으로 확대했다. AI 학과 신설과 더불어 AI 데이터센터, AI 융합연구원 등을 설치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확산했다.

정부는 AI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AI 융합연구센터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AI 융합연구센터 지원사업은 AI를 의료, 금융, 제조 분야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해, 해당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추진된다. 각 산업별 AI 분야 산학 협력이 활성화돼 있는 지역 거점 대학을 선정해 AI융합연구센터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한다.

AI융합연구센터로 선정된 대학은 1년차 11억원을 시작으로 2년차부터 15억원씩 총 3년간 41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부산대, 인하대, 충남대, 한양대(에리카캠퍼스) 등 4개 대학에 AI융합연구센터 구축이 결정됐다.

■”초·중등부터 SW 교육 시켜야”...17·34시간 의무화

정부는 SW 인재 양성을 위해, 정규 교육과정에 SW 교육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 2014년 발표된 'SW 중심사회 실현전략'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이후 2015년 발표한 'SW 중심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에서 SW 교육 필수화를 위한 실행 과제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는 2019년, 중학생은 2018년부터 SW 교육을 의무화했다. 수업 시수는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있는 초등학생들(출처=뉴스1)

교사의 SW 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직무교육도 실시됐다. 초등교사의 30%인 6만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이 중 6천명은 SW 심화 연수를 실시했다. 중학교 '정보' 과목 교사와 '정보컴퓨터' 자격증 보유 교사 대상 심화연수도 추진했다. 정보 컴퓨터 교사의 경우 매년 늘려 2016년 기준 50명이던 교사 수를 2020년까지 500명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물적 인프라도 확대 보급했다. 컴퓨터실 미확보 학교 172개교 중 69개교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컴퓨터실을 설치하고, 소규모 학교 등 103개교는 특별실 등 대체 시설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SW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 SW 중심 대학 지원 제도

SW 중심 대학 사업은 대학 내 SW 교육을 현장 수요에 맞춰 혁신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는 SW 의무 교육과 마찬가지로 'SW 중심사회 실현전략' 중 하나로 계획돼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됐다.

SW 중심 대학은 SW 전공자에 대해 프로젝트 실습과 인턴십을 필수화하고, 실전 영어교육과 글로벌 교육을 강화하게 했다. 비전공자에 대해서도 전공별 특성에 맞는 SW 기초 교육을 제공하도록 했다. 대학 당 최장 6년, 연간 최대 20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이후 정부는 매년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9년까지 총 40개 SW 중심 대학을 선정했다.

사업 6년째인 작년에는 대학을 추가 선정하는 대신, SW 중심 대학 사업 개편안을 마련했다. 개편안은 교육 내용 측면에서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 분야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학은 AI 전공 및 융합전공 표준 교육모델을 공동으로 개발, 보급하게 된다. 융합교육 지원을 위해 각 전공 계열별 차별화된 SW 교육 과목을 개설하고, 학부 학생의 대학원 교과목 수강 허용 및 졸업기간 단축 등 대학-대학원 간 연계성도 강화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구직구인 수요가 상호 충족될 수 있도록 산학협력 플랫폼도 만들기로 했다. 대학 공동 인턴십 매칭 플랫폼을 구축, 활용하고 기업의 기술 수요 및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온라인 경연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그 외 산업체 전문가를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비전일제 근무 시에도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사업 세부 요건에서 선정된 대학의 최장 지원 기간을 6년에서 8년으로 확대하고, 기존에 선정된 대학도 재선정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중소 규모 대학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특화형 트랙'도 신설했다. 특화형 트랙은 SW 학과 100명 이상 입학 정원 확보, 대학원 SW 학과 운영 의무 등의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지원 규모와 기간을 축소 적용한다.

대학이 능동적으로 SW 교육 혁신을 실시할 수 있도록 SW 중심 대학 선정 및 평가 관련 필수 사항을 최소화하고, 자율제안 항목은 확대했다. 평가 체계 측면에선 달성 건수, 인원 수 등 양적 지표를 축소하고 대학의 성과 목표가 적정한지 검토하는 '성과목표검증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도록 해 질적 지표 중심의 평가가 이뤄지도록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SW 중심 대학 2단계 사업을 추진해 일반 트랙으로 가천대, 경기대, 경북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전남대, 충남대를 선정했다. 특화형 트랙으로는 삼육대와 항공대를 선정했다.

SW 중심 대학 사업을 통해 정부는 지금까지 SW전공인력 2만5천95명과 융합인력 1만5천642명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 직원 재교육 통한 고급 인재 확보 지원

정부는 SW산업 기술 변화에 맞춰 재직자의 재교육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정책으로 중소기업형 계약학과를 시행 중이다.

중소기업 계약학과는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마련한 석사학위 교육과정이다. 중소기업 재직자 재교육을 통해 인공지능(AI)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재직자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2010년 시행했다.

중소기업 계약학과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한 주관 대학에 설치된다. 설치 과목은 AI·SW융합학과, AI기술경영학과, 의료인공지능 학과 등이다. 중소기업 직원이 재교육을 받기 위해선 중소기업에서 6개월 이상 재직해야 한다.

주관대학은 학기당 학과운영비 3천500만원을 지급받는다. 학생의 경우 전문학사, 학사과정은 등록금의 85%, 석·박사과정은 65% 이내 지원한다.

현재까지 49개 대학에서 67개 중소기업 계약학과를 운영하며, 1천716명의 학생이 교육받았다.

■ 전문가 멘토링 통한 최고급 SW 인재 양성

SW 마에스트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역량과 창의력을 갖춘 최고급 SW 인재를 양성을 목표로 한 정책이다.

6개월간 진행되는 교육과정은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기술 기반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SW 및 법률, 창업 등 산업 분야별 전문가가 멘토로 참여해 실무 기술과 노하우를 지도한다.

시험을 통과해 선발된 연수생에게는 SW 교육을 비롯해 6개월간 장학금과 노트북 등 IT기기, 프로젝트 활동비 및 특허 컨설팅 비용 등이 제공된다. 참가자 중 우수자 15명에게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수여하는 인증서와 5주간의 글로벌 SW교육 등 추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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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마에스트로 사업은 2010년 시작 이후 연수생 1천146명을 배출했다. 다양한 창업사례도 확보했다. 코인원, 스터디서치, 클래스101, 구름 등이 SW마에스트로 출신이 창업한 기업이다.

하편에 계속...

김우용, 남혁우, 임유경, 김윤희 기자yong2@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