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일론 머스크의 ‘입’에 놀아나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말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요동 치게 만들고 있다.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도지코인 개발자들과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상당히 유망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트윗이 올라오자마자 도지코인 가격이 요동쳤다. 순식간에 20% 이상 상승하면서 ‘머스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그는 전날엔 “테슬라 차량 판매 때 당분간 비트코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선언 직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3천650억 달러(약 412조원) 빠지기도 했다.
머스크가 암호화폐 가격을 뒤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문건을 통해 비트코인 15억 달러 가량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또 3월엔 테슬라 차량 구매 때 비트코인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공언은 비트코인 시세에 곧바로 적용됐다. ‘떠오르는 기업’ 테슬라가 비트코인 거래 계획을 밝히면서 순식간에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머스크는 불과 40일 만에 ‘없던 일’로 만들면서 사실상 비트코인 가격 폭락을 유도했다.
미래 거래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도지코인은 처음엔 농담으로 시작했다. 그런 만큼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올초부터 도지코인을 밀어주는 발언을 계속 쏟아내면서 빠르게 상승했다. 특히 지난 주 NBC 방송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 출연 직전엔 ‘머스크 기대감’ 때문에 크게 상승했다.
13일 도지코인과 비트코인은 ‘머스크의 입’ 때문에 희비가 엇갈렸다. 도지코인은 머스크 트윗 이후 20% 상승한 47센트에 거래됐다.
반면 5만4500달러를 호가했던 비트코인은 5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머스크가 “테슬라가 당분간 비트코인 차량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지 불과 24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UBS의 폴 도노반은 머스크의 세 치 혀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 대해 따끔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도노반은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한 사람이 구매력을 엄청나게 뒤바꿔놓을 수 있다면, ‘안정적인 가치 저장’이란 화폐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