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화답해 대규모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침을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할 예정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는 부회장은 13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 참석해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뒷받침할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유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호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불거진 공급대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전했다.
박 부회장은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양사가 정부의 K-반도체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경쟁사 대비 기술 우위를 점하는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신규 생산라인(평택2라인, 이천M16라인 등)에서 극자외선(EUV) 공정 및 더블스택 기술을 활용한 1a D램과 176단 적층형 낸드의 본격적인 양산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것.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에서 앞으로의 전략으로 ▲EUV 기반 차세대 D램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과 동시에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한 ▲지식재산(IP) 호혜 제공 ▲시제품 생산 지원 ▲협력사 기술교육 등을 내세웠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글로벌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메모리 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산업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거진 반도체 공급난 사례처럼 글로벌 반도체 시장 환경도 급격히 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K-반도체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평택3라인(삼성전자)'와 '용인반도체클러스터(SK하이닉스)'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평택 3라인은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미터 D램과 5나노미터 로직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최첨단 팹으로, 2022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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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2023년부터 총 120조원을 투자해 50개 이상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집적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될 예정으로, 2025년초 1단계 팹이 준공된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이번 K-반도체 전략을 만들었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 기지가 된다면 국제 사회와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