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세대 풍력발전인 부유식 해상풍력을 재생에너지 업계의 주력 아이템으로 키운다. 2030년까지 부유식 풍력발전을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부유식(浮遊式) 해상풍력은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있는' 풍력단지다. 닻과 줄을 이용해 고정하기 때문에 수심이 깊은 해저에 발전기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다. 위치를 잘 잡으면 주변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할 일도 없다. 육상풍력과 연안 해상풍력에 이어 차세대 풍력발전 방식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울산에서 진행하는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최근 통과되면서 사업 진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동해 가스전, 풍력단지로 재탄생…민·관 시너지 낸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2026년 전력생산을 목표로 울산 앞바다에 200메가와트(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국내에선 첫 번째 프로젝트다.
석유공사가 울산에서 추진하는 대표 친환경에너지 사업인데, 울산 남동쪽 58킬로미터(km) 해상에 위치한 동해1 가스전을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로 탈바꿈하는 게 목표다. 이 가스전은 내년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먼 바다의 풍부한 바람 자원을 활용해 발전량도 우수하고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하지 않아 주민수용성 확보에도 용이하다.
사업을 운영하면 약 2만5천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약 20만 세대(4인 기준)가 연간으로 사용 가능한 75만M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석유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동해가스전 해상 플랫폼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해 사업 실증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가스전 생산 종료 이듬해인 2023년 착공해 2026년부터 전력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사는 사업타당성 조사도 성공적으로 마쳐 사업화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예타 조사 통과에 힘입어 동해1 부유식해상풍력발전사업을 본격 추진, 정부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고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본격 준비할 계획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은 다양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지향하는 공사 비전에 맞닿아있다"며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울산시와 각 사업참여사들과 공동으로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업들도 속속 올라타고 있다. 지역 발전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과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에퀴노르가 사업에 참여 중이다. 민간에서도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 포스코, LS전선 등도 잇따라 합류했다.
현대중공업은 부유체 해상구조물 설계와 제작을,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공급을 각각 맡았다. 포스코는 해상구조물용 고성능 철강재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경제성 향상기술을 개발한다. 해저케이블 기업인 LS전선도 힘을 보탠다.
정부 "2030년 5대 해상풍력 강국 도약"
정부가 설정한 '2030년까지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 도약' 목표에 도달하려면 입지가 자유롭고 가격경쟁력도 갖춘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이 필수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울산 앞바다에 6기가와트(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한다. 내년에 발전사업이 허가되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총사업비 36조원이 투입된다.
우선은 2030년까지 12GW, 2034년까지 20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해 8만7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안이 많은 국토 특성상 부유식 해상풍력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높여 탄소중립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착공 시기에 맞춰 항만 단지를 개발, 해상풍력용 테스트베드 등 인프라 지원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올해를 기점으로 점차 보급돼 2025년께 보편화할 전망이다. 이에 부유식 해상풍력이 그동안 태양광발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풍력업계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부유식 해상풍력은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전세계에 65.7MW 규모가 설치됐다. 오는 2030년까지 아시아와 유럽,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3~19GW가 추가 건설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이 초기 단계라 새 먹거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 한국기업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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