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생명 지분 50% 상속…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전자·물산·SDS 지분은 법정상속 비율대로...경영권 안정·불협화음 최소화

디지털경제입력 :2021/04/30 19:25    수정: 2021/05/01 16:33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주식 배분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안정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생명 지분 50%는 이 부회장에서 상속하고, 나머지 전자·물산·SDS 지분은 법정 비율로 나누기로 하면서 가족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했다.

삼성전자 등 삼성 주요계열사는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최대주주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공시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10에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와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이다.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이 같은 삼성 지배 구조상 삼성전자 지배의 핵심 연결고리인 삼성생명 지분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절반, 나머지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나눠서 상속하기로 했다.

고인이 남긴 삼성생명 주식(20.76%, 보통주 4천151만9천180주) 중 절반을 이 부회장이 상속받고, 이부진 사장이 6분의 2, 이서현 이사장이 6분의 1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홍라희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했다.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속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율을 기존 0.06%에서 10.44%로 늘리며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현 삼성생명 최대 주주는 삼성물산(19.34%)으로 여기에 이 부회장의 개인 지분 10.44%까지 더해져 삼성생명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은 법정 상속 비율대로 부인 홍라희 여사가 3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22%씩 나눠 갖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율은 홍라희 여사가 0.91%에서 2.3%로 늘면서 개인 최대 주주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0.70%에서 1.63%로 늘었고, 기존에 삼성전자 지분이 전혀 없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0.93%를 보유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상속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가족 간 화합을 돈독히 하도록 분할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체제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정자 부회장,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오른쪽부터)이 차량에서 내려 영결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원)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인 간 법정 비율로 나누면서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물려주게 될 때 내야 할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물려받을 경우 30조원대 주식 갑부 대열에 오르게 된다”며 “10~20년 후 주식가치가 상승해 40조원 이상이 됐을 때 이 부회장의 자녀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만도 20조 원이 넘기 때문에 이런 점도 다소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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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유족들은 용산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하고 신고세액의 6분의 1을 납부했다. 유족들은 연부연납제에 따라 12조원가량인 상속세의 6분의 1인 2조여원을 냈고, 앞으로 5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나머지 10조여원을 나눠낸다.